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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빈라덴 사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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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지 국제부 기자) 국제 사회를 테러 공포에 휩싸이게 한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미군의 공격으로 사망했습니다. 지난 27일 이 소식을 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군에 쫓기던 바그다디가 ‘울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했죠.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영화 같은 장면이 실제 공개될 수 있다고 28일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은 미군의 공습 장면 중 일부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알바그다디의 최후 순간을 담은 영상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사진과 영상을 갖고 있다”며 “기밀 해제 절차를 거치면 수일 내에 공개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가 공개될지 언론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일부분이라도 공개된다면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오사마 빈라덴 작전과는 큰 차이가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창시자 빈라덴은 당시 미군의 총을 맞고 사망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의 사체 사진을 공개하는 걸 거부했습니다. 사체 사진뿐 아니라 빈라덴 공습과 관련된 모든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미 CBS는 2011년 빈라덴을 공습할 당시 미군이 25대의 카메라를 헬멧에 장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카메라엔 빈라덴이 죽는 순간의 장면이 찍혔다고 했죠. 하지만 당시 오바마 정부는 드론(무인비행기)으로 찍은 영상이 전부라고 부인했습니다.

빈라덴 사체 사진을 둘러싸곤 논란도 있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사람의 사진이 폭력을 선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이런 것을 전리품으로 내걸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빈라덴의 사체 사진이 있음에도 ‘국가 안보 위험’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설명입니다.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언론에 빈라덴의 시신은 이슬람 전통에 따라 바다에 묻혔다고 말했습니다. 사체 사진은 국회에 공유됐고 의원들도 심하게 훼손된 시신을 공개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빈라덴 시신에 대한 가짜 영상이 퍼지는 등 혼란이 이어졌습니다. 한 강경 보수단체는 빈라덴의 사체 사진을 공개해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했습니다.

이번에도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테러리스트들을 불쾌하게 하지 않는 게 문명화된 행동이냐”며 “9·11테러 당시 그들은 몰래 좋아했냐”고 사체 사진 공개를 찬성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다나 쉘 스미스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그다디의 죽음을 묘사한 것을 듣고 우려했다”며 “지나치게 축하하는 어조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기반을 가진 미국의 주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재선을 위해 바그다디 사체 사진을 이용하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끝) / summit@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1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