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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신뢰·충돌·헌신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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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한경비즈니스 기자) 10월 15일 오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오피스 7층 회의실. 노트북을 손에 든 사람들이 속속 입장했다. ‘2020 신입 개발자 공채를 위한 온보딩 TF‘ 회의 현장. 상석 없이 오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았고 채용 및 교육 관계자뿐만 아니라 작년 입사한 개발자들도 함께했다. 진행자가 있지만 리더는 아니었다. 아론·밥·한나·브랜든…. 서로가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데 ‘님‘자는 붙이지 않았다.

카카오의 조직 문화는 ‘영어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브라이언,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메이슨과 션으로 불린다. 브라이언님께서, 브라이언께서, 브라이언님이 아닌 그냥 브라이언으로 호칭한다. “브라이언, 그건 아닌 것 같아요”라고 존칭 없는 영어 이름을 쓰면 말하기가 수월해진다.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예 맞습니다, 회장님”이 맞는 표현 같지만 이곳에선 거꾸로다.

카카오 회의 문화를 엿본 결과 영어 이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카카오가 중시하는 ‘충돌‘의 가치를 잘 실행하기 위한 부수적인 장치일 뿐 그보다 더 놀라운 문화들이 존재하고 있다. 윗사람의 얘기에 적절히 응답하는 보통의 기업 회의 문화와 달리 경력과 연차를 떼고 거리낌 없이 참석자 모두가 의견을 개진하고 있었다. 리더에게도 “전 생각이 달라요. 왜냐하면…”, “그건 왜 그렇게 된 거예요”, “A를 얘기하셨는데, B 혹은 C까지 고려해 보셨나요”와 같은 이의 제기가 가능한 회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카카오는 구성원들을 서로 크루(KREW)라고 지칭한다. 카카오(Kakao)라는 한 배를 탄 선원(crew)이자 운명공동체임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페이 크루,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 모빌리티 크루다. 이처럼 같은 배에 탄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방식(How to work together)’에 대해 고민하며 그들만의 ‘가치’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 카카오 문화의 힘이다.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할 수 있는 원천이 바로 조직 문화, 곧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있다고 카카오 구성원들은 믿는다. 자율성과 수평적 소통 문화는 카카오의 핵심 가치다. 여기에 공유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자율과 수평을 위해서는 정보의 비대칭이 없어야 한다. 공개 공유된 정보를 기반으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해 나간다. 또 영어 호칭과 직급 없음을 통해 카카오톡, 아지트(사내 인트라넷), T500(Thursday 5:00, 전 직원 미팅), 회의 등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나가고 있다.

“김범수 의장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카카오 관계자는 말했다. 서비스 개편은 전적으로 맡겨도 문화가 경직되는 조짐이 보이면 바로 지적이 돌아온다.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있기에 카카오가 3000명 규모로 커지는 동안 여전히 초창기의 스타트업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문화의 토대 위에 지금의 카카오 성공 스토리가 써졌다. 소규모의 자발적 프로젝트가 팀과 부서로 커지고 투자를 받아 어엿한 회사로 성장한 사례가 카카오 페이, 카카오 모빌리티 등이다.

자율과 수평의 최고 장점은 헌신도다. 큰 규모의 조직을 운영할 때 톱다운 방식의 의사소통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대화하고 서로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헌신도가 높아진다는 게 카카오의 방식이다. ‘정답을 알 수 없는 길’,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함께 가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 여기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합의된 사항은 엄청난 추진력을 얻어 프로젝트가 실행되며 회의가 종료되면 ‘회고’ 과정을 통해 좋았던 점, 개선할 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일의 끝이자 또 다른 시작을 위해서다.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배경에는 신·충·헌 (신뢰·충돌·헌신)의 대원칙이 있다. 카카오에서의 ‘신뢰’는 충돌하더라도 서로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뜻한다.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가장 좋은 안을 내기 위해 서로가 객관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인 ‘충돌’을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근거를 통해 의견을 나누는 행동을 의미한다. 또한 충분히 논쟁하고 부딪치며 나온 결론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방향으로 수용하고 ‘헌신’하자는 것이 카카오의 신·충·헌이다.

일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주체는 직원 개인이다. “누구 하나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할 수밖에 없는 문화”라고 한다. 카카오는 ‘완전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월 160시간 이내, 표준근로시간대인 오전 6시~오후 10시 사이에서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강제 소등이나 집중 근무시간과 같은 장치는 필요하지 않다. 휴가도 상사의 허락 없이 자유롭게 사용한다. 게시판에 자신의 스케줄을 공유하고 다른 구성원들의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공개하고 공유하는 ‘아지트’, ‘T500’은 국내 대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카카오만의 독특한 문화다.

카카오는 자사 서비스 아지트를 통해 모든 임직원들의 업무를 공개하고 공유한다. 모든 카카오 크루들은 각 조직에서 어떤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아지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이 속한 조직의 업무가 아니더라도 공개된 정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아지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할 수 있다.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일의 과정과 맥락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기록해 두는 것이다. 카카오 임직원 모두에게 지급되는 법인카드는 사내 시스템에 사용 내역이 모두 아지트에 공개된다. 리더의 감시가 아닌, 동료의 신뢰를 깰 수 있는 행동인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 카카오의 자율이다. 이유가 있으면 한도 없이, 목적에 어긋나면 1원이라도 문제를 삼을 수 있다는 1원의 원칙이 적용된다.

카카오의 공개와 공유 문화는 내부에서는 모든 것을 공개하지만(100) 카카오를 벗어나서는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는다(0)는 100 대 0의 원칙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 권한 위임은 믿고 맡긴다는 믿음으로 이뤄진다. 신뢰할 수 있는 적임자라면 직책에 상관없이 누구나 권한을 위임받아 ‘주도적으로’ 일한다. 권한 위임에는 총 5단계가 있는데, 결정 후 통보 과정에서부터 완전 위임까지 의사결정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권한을 위임할 때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명확히 하며(What)목적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재확인(Why)한다. 또 위임의 한계에 대해 이슈가 생길 때마다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카카오에서는 성장문화팀을 통해 이와 같은 카카오의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끝) / charis@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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