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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휩쓰는 네이버·카카오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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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한경비즈니스 기자] 웹툰이 새로운 한류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누가 돈을 주고 보느냐”며 폄훼 받던 하위문화에서 이제는 드라마·영화·게임 등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웹툰’은 포털의 트래픽 확보용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탄탄한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네이버·카카오의 성장 동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웹툰 시장의 성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는 물론 만화 시장점유율 1위와 2위인 미국과 일본에서도 한국형 ‘웹툰’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해외 온라인 만화 시장은 단순히 종이 만화책을 본떠 디지털로 옮긴 형태로 소비돼 왔다. 하지만 한국 웹툰 기업들은 모바일 환경에 맞춘 ‘웹툰 플랫폼화’를 주도하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갔다.

세로 스크롤, 요일제 연재 시스템, 미리보기 유료화, 웹툰 간접광고(PPL),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하며 성장한 웹툰은 이제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주연으로 떠올랐다.

웹툰 한류’의 대표 주자는 네이버웹툰이다. 네이버웹툰은 구글스토어 100개국에서 만화 애플리케이션(앱) 수익 1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진출 5년 만의 일이다.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지역에 서비스 중인 라인웹툰·라인망가 등을 포함하면 월간 순방문자 수는 6000만 명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수익과 방문자 모두 독보적 1위로 자리 잡은 셈이다.

네이버는 2014년 7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웹툰 시장을 개척했다. 국내에서 다져 온 플랫폼 운영 노하우와 콘텐츠 경쟁력을 토대로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지난 2년간 미국 라인웹툰의 월간 순이용자는 연평균 71%, 일본 라인망가의 월간 순이용자는 연평균 32% 증가했다. 이용자 중 상당수가 10대와 20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말에는 유럽 시장 진출 등 시장 확대를 검토 중이다.

네이버웹툰은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성공 방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업계 최초로 구축한 ‘도전 만화’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웹툰 작가로 성공할 수 있다. 일반인도 큰 성공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튜브 생태계와 비슷하다.

네이버웹툰 연재 작가의 62%인 221명의 작가가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만 연간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고 전체 작가의 평균 연수익은 3억1000만원에 달한다. 광고 수익이나 2차 창작물을 통한 수익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상위 20위 작가의 평균 연 수익은 17억5000만원, 신인 작가의 평균 연수익은 1억6000만원에 달했다.

창작자에게 많은 수익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창작자들을 그러모으고 다양한 창작물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갖출수록 이용자가 몰린다. 이처럼 사용자가 창작자로 전환되는 유튜브의 장점, 자체 IP로 수준 높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넷플릭스의 장점을 모두 갖추며 생태계를 구축했다.

네이버웹툰은 연재 작품들에 유료 콘텐츠 판매·광고·IP 비즈니스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지금이야 웹툰 유료화 모델이 자리 잡았지만 초창기 네이버웹툰이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을 때만 해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1주일만 기다리면 무료인데 누가 돈을 주고 보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은 국내에서 웹툰 유료 모델과 IP 기반의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도 적용했다. 라인웹툰과 라인망가 등을 포함한 2019년 2분기의 유료 콘텐츠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올 한 해 글로벌 콘텐츠 거래액은 6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원천 콘텐츠를 보유한 웹툰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IP를 끊임없이 제공해 줄 수 있는 콘텐츠 제공자로서 최근 경쟁에 불이 붙은 OTT 시장에서 엄청난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웹툰은 영상 콘텐츠의 경쟁 속에서 원천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높이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 역시 올해를 글로벌 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았다. 차상훈 카카오페이지 부사장은 “올해 아시아 모든 국가에 진출할 것”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차 부사장은 지난 8월 ‘2018 벤처 서머 포럼’에서 “카카오페이지는 한국에서 가장 큰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이라며 “만화와 소설에서 19금 콘텐츠를 제외한 전체 시장의 60% 정도가 우리 플랫폼을 통해 매출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차 부사장이 해외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카카오페이지만의 강력한 콘텐츠 제작 생태계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이 작가들과 직접 계약해 콘텐츠를 독점 서비스했다면 카카오페이지는 설립 초기부터 웹툰 기획 개발사나 전문 제작사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식 취해 왔다

. 개발사나 제작사에 고료를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우수 제작사를 유입시키고 유통 경쟁력에만 집중해 왔다. 현재 카카오페이지는 1300개 이상의 콘텐츠 제작사와 협업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를 대표하는 수익 모델은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다. ‘기다리면 무료’는 이용자가 ‘기다리면 무료’가 적용된 작품을 구독한 후 1일, 3일 등 작품별로 설정된 일정 시간이 지나면 1회 차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지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작품을 보는 이용자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적용돼 이용자들이 자신이 구독한 여러 작품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고 출판사와 작가도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작가·파트너·이용자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다리면 무료’ 효과로 카카오페이지는 매월 500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평균 900분을 머무르게 됐다. 지난 9월에는 하루 거래액 10억원을 돌파했다.

80개가 넘는 카카오 계열사 중 매출 성장세는 단연 1등이다. 2013년 매출 21억원에서 2018년 기준 매출액은 1875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대비 매출은 58.3%, 영업이익은 무려 281.8% 증가했다.

해외시장에서는 일본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카카오페이지는 일본에서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픽코마’를 직접 서비스하고 있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픽코마는 2018년 전년 대비 방문자 수가 2.2배, 매출이 2.7배 늘었다. 미국과 중국에는 웹툰 콘텐츠만 제공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내년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영상 콘텐츠가 주류가 된 지금, 한국 웹툰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웹툰은 작가의 상상력과 펜 한 자루만 있으면 어떤 상상의 세계도 마음껏 펼쳐낼 수 있다. 아무리 스케일이 커져도 드라마나 영화만큼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 웹툰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저비용으로도 높은 품질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은 국내 웹툰이 세계시장에서도 먹힐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다. 현재 넷플릭스가 군림하는 동영상 OTT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국내 지상파와 통신사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 하지만 투자 규모에서 오는 콘텐츠 제작 역량 차이 때문에 이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한 해 넷플릭스는 80억 달러(약 9조원)를 투자해 180여 개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 국내 OTT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가 35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콘텐츠의 질에서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아무리 플랫폼이 뛰어나도 제작비로 콘텐츠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웹툰은 다르다. 작가의 아이디어와 펜만 있다면 투자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텍스트에 비해 그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도 용이하다. 인종·언어·문화에서 오는 차이나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둘째, 독자마다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는 결말을 알기 위해선 1시간짜리 영상을 끝까지 봐야 한다. 반면 웹툰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 화면에서 스크롤을 통해 내려 읽는 방식이다.

누군가는 꼼꼼하게 뜯어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바쁜 시간을 쪼개 휙 훑어보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작품이 완결된 이후 몰아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다음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림을 즐기기도 한다. 영상을 보는 것처럼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릴 필요도 없다. 각자의 생활 패턴이나 취향에 맞게 일상으로 파고들어 습관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간담회에서 “웹툰이라는 ‘비주얼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영상 콘텐츠와 달리 소비자가 콘텐츠 소비 속도를 주도할 수 있고 작가 혼자서도 방대한 세계관과 비주얼을 모두 만들어 낼 수 있는 콘텐츠로, 그 자체의 완결성도 뛰어나지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원천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셋째, 콘텐츠의 장르가 무궁무진하다.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 만화 시장은 마블과 DC로 대표되는 ‘히어로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반면 한국 웹툰은 일상·개그·직장·대학·판타지·무협 등 다양한 소재와 폭넓은 장르를 구축하고 있다. 장르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국내 웹툰 시장은 오래전부터 웹툰의 플랫폼화를 정착시켜 왔다.

KOTRA는 “세계 1, 2위 만화 대국인 일본과 미국 만화 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딘 상태”라며 “한국의 웹툰이 글로벌 디지털 코믹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고 향후 2~3년이 한국 웹툰의 골든타임”이라고 분석했다.

넷째, 웹툰으로 다양하게 표현된 세계관은 드라마·영화·게임 등 2차 창작물로 재탄생하기 쉽다. 이미 독자들에게 인기를 끈 웹툰이 드라마화되거나 영화화되기 때문에 2차 창작물로 만들 때 어느 정도 성공을 보장하기도 한다. 독자들 사이에서 이미 스토리가 검증돼 기대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 영화 ‘신과함께’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는 최근 영상 제작 자회사를 직접 설립하며 2차 콘텐츠 제작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영상 기획·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 스튜디오N을 설립하며 콘텐츠 IP 기반 비즈니스를 빠르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현재 방영되는 ‘타인은 지옥이다’,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 드라마가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스튜디오N은 40개 이상의 IP를 개발하고 있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는 영상 제작 자회사 ‘카카오M’을 세우며 카카오페이지의 콘텐츠를 영상화하고 있다. 특히 CJ ENM 대표를 지낸 김성수 대표를 영입하고 올해 초 BH엔터테인먼트·매니지먼트숲·제이와이드컴퍼니 등 배우 소속사들을 대거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최근에는 영화 제작사 월광과 사나이픽쳐스도 인수했다. 카카오M은 드라마 제작사 메가몬스터와 모바일 영상 제작사 크리스피스튜디오도 보유하고 있어 향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M은 최근 다음 웹툰 원작인 ‘좋아하면 울리는’을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하고 있다. (끝) / kye0218@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1246호 (전체 기사 바로 가기 https://buff.ly/2pkEIU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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