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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형식적 '소통'에서 공유와 공감의 소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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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소통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정확한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전에도 사용되었지만, 193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 말은 전신, 전화 등의 통신, 즉 공학적 의사소통 현상을 지칭한다.

이제 소통이라는 단어만큼 우리 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말도 없다. 어느 누구도 소통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못한다. 전달수단인 매체의 발달은 ‘소통’의 의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의미에 대한 설명이 길어질수록 이해가 어려워지고, 상황 설명이 구체적일수록 진실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을 가리켜 프랑스 철학자인 보드리아르(J. Baudriilard)는 ‘오늘날 세상에는 기표만 난무한다’는 식으로 비유했다. 사람들이 의미, 상황, 실체를 파악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기표들을 동원하지만, 이런 기표들이 동원될수록 확실한 해석과는 멀어진다는 의미다.

정치, 경제 영역의 리더들을 보면, 대화하고 있는 그 행위를 소통으로 착각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문제는 무엇을 담는가이다. 소통 앞에 있을 ‘의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의사’라는 것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송신자와 수신자 둘 사이에는 얼마든지 다양한 해석의 주관적 내용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소통은 ‘전달(transmission)’ 행위만이 아니라 바로 ‘공유(sharing)’ 행위로 봐야 한다. 이러한 소통을 개인에게만 요구하지 않고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에게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의 경제활동이 기술적 진보에 바탕을 둔 구매력의 획득이었다면, 현재의 경제활동은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통해서 얻어진 신뢰이기 때문이다.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 혹은 기술 지상주의의 함정에 빠져 품질 좋고 저렴한 가격의 제품만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된다는 생각은 더 이상 매력 없는 경영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인지-이미지-설득이라는 이성적 방식의 접근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없고 고객 또한 기업의 메시지를 듣지 않으려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외치는 매체밖에 없었어요. TV나 잡지, 라디오, 신문 등은 모두 훌륭한 채널임에는 틀림없지만, 본질적으로 전부 다 멍청한 채널이죠.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 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람들이 마침 그 채널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다가 우연히 여러분 회사의 광고를 보고 흥분해서 가게로 달려가 제품을 구매하게 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하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YOUTILITY (유용성), 제이 배어, 인용)

이제는 일방적인 메시지의 전달이 아닌 기업과 고객이 대화를 통해 공감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감성교환적 접근의 기업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시기이다. 이 말이 이론적이고 이상적이라 지적하고 싶다면,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속성과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면,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비즈니스를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된다. 고객을 확보하는 데 비용은 더 들어갈 것이다. 고객들의 인식 리스트에서 빠지고 경쟁사가 자리 잡을 것이다. 신규 비즈니스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실제로 직접 대화를 시도해 본 기업은 소통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두려운 것인지를 경험한다. 소통의 실천 과정에서 기업은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직접 듣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기업이 하고자 하는 것의 전달이 아니라 상대와 ‘공유’를 통한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소통. 이제는 ‘소통을 해야 하는 것’에서 발전해 소통을 통해 무엇을 담고, 무엇을 전달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이며 실현되는 소통이다. 미디어 환경과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는 점점 변화하고 있다. 이제 소통의 필요성, 중요성보다 소통의 실천하고 실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이라는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