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1849년 출판된 ‘세 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중 3번에는 ‘한숨(Un sospiro)’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탄식’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지만 곡의 분위기로 보면 ‘한숨’이 낫다. 리스트 자신이 직접 붙인 제목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만년까지 사랑한 곡인데도, 스스로 ‘한숨’이라고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연습곡으로서 기능은 양손을 계속 교차하면서 아르페지오(분산화음)를 펼치는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르페지오란 하프 줄을 차례로 튕기는 효과를 모방한 것이다. 그 물결치듯 아름다운 흐름이 전체적으로 애조를 띠었으면서도 신비로움까지 더한 주선율의 간결한 멜로디와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과시적인 기교파로 알려진 리스트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리스트는 대단한 독서광이자 사색적인 인물이었고, 그런 내면을 드러낸 곡이 적지 않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