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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어려운 질문을 다루는 방법 15가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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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필자는 기업 리더를 대상으로 '미디어 및 메시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목적이 있는 공식적 자리에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다루어야 하는 기업 임원 리더, 대변인, 정부 장차관, 정치인 등 모두가 대상이다. (이 글은 기자들로부터 어려운 질문을 받는 공직자 기업 등의 홍보담당자, 대변인 등이 어떤 답변을 하는 것이 좋은지 사례별로 정리한 글입니다. 편집자주.)

3. 개인적인 의견 (Personal Opinion)을 요청한다

"A라는 이슈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식으로 개인적 의견을 물어본다고 하면서 인터뷰이의 긴장을 낮추려고 한다. 정말 리더 개인의 의견을 듣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비즈니스와 관련된, 공식적인 공간에서 '정말 솔직한 개인의 의견'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리더의 언어는 그가 속한 기업과 조직의 말이기 때문이다. 인터뷰어가 기자라면, 뉴스거리를 하나 만들 목적일 수도 있다. 그 이슈가 나의 직위, 직책, 소속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 질문의 의도대로 정말 개인적으로 답하지 않는 게 좋다.

"그 이슈요? 참 안타깝고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식으로 답을 한다면, 그 답변을 듣고 읽는 사람들은 어떤 인식을 하게 될지 잠깐 고민을 해보라. 개인 의견을 물었다고 친절하게 진짜 개인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

"그 문제에 대해서 제가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아서 답변이 어렵네요. 앞으로 좀 살펴보겠습니다"개인적 의견을 배제하자. 만약 말을 해야 한다면, 그 이슈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답변은 스스로 검열해야 한다.

4. 다른 주체의 입장을 요구하는 질문 (Speaking on Behalf of Others)

경쟁사나 다른 산업의 기업에 대해서 그들의 행동이나 의사결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구하는 질문을 받게 되는 경우, 흔히 실수하는 것은 당사자의 의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지 않고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의견을 드려내는 것이다.

"A 회사는 왜 그렇게 결정했다고 보십니까?"
"A 회사는 저희와 경쟁사인데, 저희가 얼마 전에 신제품 개발을 하고 나니, 조금 조바심이 나서 무리를 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쟁사나 다른 주체를 대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직접 밝히는 것은 기업의 리더로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더 나아가 그 회사의 공격을 감수해야 한다. 다만, 전략적으로 이번 기회에 경쟁사를 자극해서 시장과 미디어의 관심도를 높이고 싶다면, 굳이 말릴 이유는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경우, 답변을 전환시켜라.

"제가 그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해서 말씀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군요"

또는 "그 부분에서 제가 알 수가 없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얼마나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것인가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나의 입장과 메시지를 한 번이라도 더 언급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고수'다.

5.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를 때 (You Don’t Know the Answer)

사실관계, 정확한 숫자, 인과 및 상관관계 등을 물어볼 때, 기업 리더들은 본인의 리더십 평가에 영향을 미칠까 봐 대략적인 추정치를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확하지 않으면 그냥 모르겠다고 해라. 또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나 의사결정을 미리 답해 달라는 질문에도 말하고 싶은 입은 멈춰야 한다. 예상해서 던진 '메시지'는 누군가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간다.

이번 사업 추진으로 매출이 얼마나 될지 물어볼 때,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갈등도 없이 바로 '1,000억', '5,000억'을 말한다. 분명 경영 전략 상에 목표 매출은 확실한 숫자로 명기되어 있을 것이다. 내부 문서에. 이 답변이 기사의 헤드라인에 언급되었을 때, 주식시장,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볼 필요는 충분하다.

<코스닥에 상장한 지 1개월도 안된 회사가 IR 컨퍼런스콜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증권부 기자와 주요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과 질의 응답하는데, 회사의 대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대체로 얼마 정도 외자 유치가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서두에 사업 비전을 발표하면서 언급했던 "외부 투자 확대'라는 내용과 연계된 질문이었다. 대표는 "외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할 예정인데, 앞으로 50억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날 조간에 나올 초판을 확인해보니, "외국인 투자를 50억 이상 확보할 것"이라고 기사 헤드라인이 잡혔다. 외부의 투자 유치가 외국인으로 집중되고 그 어떤 공식적인 계획이 없던 추정치 50억이 명시되었다. 이날 이 헤드라인의 글자수와 동일하게 맞춰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데, 엄청난 고생을 했다. 이 숫자가 그대로 게재되었을 경우, 거래소의 공시 원칙을 위반하는 일이 발생할 정도였다.>

A1. "아직 정확한 것은 없지만, 이번에 규모가 상당한 수준일 거라 생각합니다."
A2."지금은 확실히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제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아서. 조만간 결정이 나면, 바로 기자에게 정보를 전달 드리겠습니다."

A1의 답변도 추정한 것이다. '상당한 수준'으로 말이다. A2처럼 모른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하고 기자에게 정보가 확인되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