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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화' 탄생시킨 스타벅스의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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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한경비즈니스 기자) 1999년 7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 있는 한 건물에 초록색 간판이 내걸렸다. ‘커피가 아닌 서비스를 팔겠다’는 전략과 함께 스타벅스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이 작은 매장이 불러일으킬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스타벅스는 ‘달달한 맛’의 커피를 즐겨 찾던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쓴맛’으로 변화시켰다. 또 ‘카페 문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며 국내 커피 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시킨 주역으로도 꼽힌다. 이런 맥락에서 스타벅스의 한국 시장 진입 20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벅스는 신세계와 합작해 1999년 한국에 들어왔다. 신세계와 손잡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1990년대 초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커피와 매장을 일찍이 접했다.

신세계 입사 후 스타벅스를 한국 시장에 들여오면 충분히 통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입을 추진한 것이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당시 국내 커피 시장은 인스턴트커피가 주를 이뤘던 시절이었다.

인스턴트커피가 전체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었다. 달달한 커피를 즐겼던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메리카노는 쓰고 맛없는 커피였다. 실제로 매장 내에서 ‘커피가 맛없어 못 먹겠다’는 항의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1999년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2500원. 대략 한 끼 식사비와 비슷했다. ‘비싼 커피’ 논란을 일으키며 한때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이들에게 허세가 가득하다는 의미의 ‘된장’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커피로 자리매김했다.

수치로도 엿볼 수 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전국 1300여 개 매장에 하루 평균 50만 명의 고객이 방문한다. 매출이 20년 동안 단 한 번도 감소했던 적이 없다. 1999년 6억원에서 지난해 약 1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스타벅스가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단연 ‘매장 운영 방식’이 꼽힌다. ‘서비스를 팔겠다’고 공언한 스타벅스는 매장을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문화·휴식 공간이자 ‘만남의 장소’처럼 운영했고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편안한 분위기, 무료 와이파이 등을 설치하며 고객들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매장을 출점했다.

과거 주를 이뤘던 ‘다방’ 형태의 커피숍과 달리 손님들이 커피와 같은 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눈치를 주지 않고 자유롭게 매장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매력 포인트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손님들도 스타벅스를 찾아 머물렀고 그러다 우연히 아메리카노를 접하게 되고 쓴 커피 맛에 익숙해진 고객들도 생겨났다”며 “그렇게 서서히 커피믹스보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쪽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하게 됐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비싼 가격이 오히려 ‘득’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많은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상호가 그려진 커피잔을 남들 눈에 띄기 쉽게 들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비싼 커피를 즐긴다’는 자부심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 셈이다. 이런 이들이 늘면서 국내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일회용 컵에 커피를 담아 들고 다니는 ‘테이크아웃’ 방식이 자리매김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자연히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와 머그컵 등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인기 아이템이 됐다. 지금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수익적인 측면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 전략에도 공을 들인 부분도 돋보였다.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과 성향에 맞춘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

예를 들면 이천 햅쌀과 문경 오미자 등 한국 특산물을 활용한 음료들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선보이며 호응을 얻었다.

또 국내 아메리카노가 익숙하지 않았던 국내 소비자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2001년에는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한글로 된 간판 매장(인사동점)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은 현재도 이어진다. 2014년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사이렌 오더’를 자체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빠른 것을 추구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반영했다.

매장 방문 전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어 혼잡한 시간대에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주문 메뉴가 준비되는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 음료가 완료되는 것을 확인한 후 주문한 제품을 바로 찾을 수 있다.

사이렌 오더는 론칭 이후 지속적으로 사용 편의성과 기능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메뉴 추천 기능 도입과 음성 주문 서비스 등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하면서 누적 주문자 수가 9000만 건을 돌파했다.

이처럼 다양한 전략들을 바탕으로 성장한 스타벅스는 이른바 ‘스타벅스 효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스타벅스 효과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시들한 상권도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다시 활기를 찾는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인근 점포의 매출이 덩달아 증가하고 건물 시세까지 오르는 효과를 누린다는 얘기다.

또한 혁신적인 기업의 등장이 한 산업군의 규모를 급성장시킨다는 측면에서도 종종 활용된다. 스타벅스가 국내 커피 시장의 판을 키워 하나의 거대 산업으로 도약시켜 낸 주인공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한국에 들어올 때 국내 커피 시장은 27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랬던 시장이 최근에는 업계 추산 12조원 규모로 커졌는데 여기에 스타벅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관련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스타벅스는 한국에서 빠르게 안착하며 진입 2년 만인 2001년 매장을 30여 개로 늘렸고 매출은 25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외연을 확대했다. 그리고 이런 스타벅스의 급성장은 국내 전체 커피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는 배경이 된다.

2001년 커피빈을 필두로 파스쿠찌와 같은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에 들어왔다. 또 엔제리너스·이디야커피·투썸플레이스와 같은 국내 커피숍 프랜차이즈들이 비슷한 시기에 우후죽순 생겨나며 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커졌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들이 특색 있는 커피숍을 창업하며 ‘카페거리’가 곳곳에 생겨나는 것도 스타벅스가 커피라는 기호식품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 낸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만약 스타벅스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국내 커피 시장은 지금처럼 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끝) / enyou@hankyung.com (출처 한경 비즈니스 제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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