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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기술, 소통, 신뢰...전통매체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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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인터넷의 등장은 한 세기 이상 명성과 부를 축적했던 전통매체의 견고한 영향력을 해체했습니다. 전례없는 정보의 범람과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배포는 기자들의 전문직주의를 위협해왔습니다.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 등 진화하는 플랫폼은 독자의 시간, 광고주의 눈길, 영향력의 이동을 끌어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고 뿌리내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혁신'은 지난 20년 전통매체의 화두였습니다.

무엇이 제대로 된 형식인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인지 논란은 여전히 분분합니다. 뚜렷한 성과를 거둔 전통매체는 소수입니다. 그러나 점점 부상하며 자리를 잡은 키워드는 기술 접목, 독자 소통, 품질 수준 제고라는 디지털 역량입니다.

뉴욕타임스는 5월 스트리밍 플랫폼 훌루(Hulu)에 비디오 콘텐츠를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제직하는 '더 위클리(The Weekly)'는 일종의 탐사저널리즘으로 젊은 시청자를 고려해 18~24분 분량으로 편집합니다. 사업자 간 논의가 잘 이뤄진다면 가입자가 플랫폼에서 영상물을 고르는 사이에 짧은 뉴스 영상을 노출하는 것도 흥미로운 접근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종이신문은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와 제휴하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플랫폼 사업자는 가입자의 선택폭을 더 넓힐 수 있습니다. 관건은 영상 콘텐츠의 가치와 수준입니다. 신문업계는 기존 방송사업자나 제작사와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진단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미디어 간 경계는 엷어졌고, 고객의 반응과 평가도 서로 다릅니다. 독특한 협력과 실험이 새 길을 열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더 많은 플랫폼에 진입할수록 저널리즘의 영향력은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 팟캐스트의 인기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정차와 시사 영역이 청취율 상위권을 휩쓸고 있습니다. 전통매체도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어느덧 선전하고 있습니다.

청년과 여상을 새로운 독자층으로 보고 있는 미국 뉴욕타임스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제작하는 팟캐스트 ‘데일리(The Daily)’는 팟캐스트 주이용자층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팟캐스트 독자 중 절반 가량이 30세 미만입니다.

제프 베저스의 워싱턴포스트는 기술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은 물론 독자관계의 지평을 바꾸고 있는 '코럴 프로젝트(Coral Project)' 인프라 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신문사 출신의 개발자들이 CMS 개발사를 만드는 등 기술환경에 유연성이 생기는 등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기술 및 콘텐츠 투자는 '광고'와도 맞물립니다. 디지털 광고 포맷은 더 민감하고 정교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반면 크롬(Chorme) 브라우저에선 다양한 광고 차단(Ad Block) 확장 프로그램을 쓸 수 있습니다. 물고 물리는 혼전의 광고시장에서 팟캐스트 광고나 유튜브 채널의 광고는 숨통이 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과제인 뉴스 유료화도 전통매체가 분투할 동기를 잇고 있습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기존의 뉴스를 유통할 때 규모나 방식을 제한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들어 지불장벽을 세우는 접근이 있을 것입니다. 아예 지역이나 전문주제에 특화된 정보(DB)를 축적하는 방편도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처럼 지불장벽을 포기하고 '후원모델'을 채택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가장 잘 하는 매체 중 하나인 가디언은 최고의 저널리즘에 영감을 받은 세계의 구독자들에게 2~3년여 이상 기부금을 호소해왔습니다.

한국에서는 뉴스 유료화에 대한 비관론이 적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왜 구독하겠느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나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Spotify) 등 해외사례 못지 않게 그리고 국내의 크고 작은 인터넷신문의 구독모델은 의미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물론 전통매체가 일관된 (기술)투자를 진행하고 독자와 소통하며 콘텐츠 나아가 저널리즘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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