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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상화폐 기업가가 '54억 짜리' 워런버핏과 점심 연기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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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결 국제부 기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 오른쪽·88)과 점심을 먹기 위해 54억원 가량을 쓴 중국 가상화폐 기업가가 돌연 버핏 회장과의 점심을 연기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24일 중국 차이신 영문판은 올해 ‘버핏과의 점심’ 낙찰자인 저스틴 쑨(사진 왼쪽·29) 트론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25일로 예정된 버핏과의 점심 자리에 나갈 수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쑨 CEO에 해외여행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쑨 CEO는 이달 초 타이페이에서 열린 한 블록체인 행사에 참석한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차이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쑨 CEO가 불법 자금 모집, 돈세탁, 도박, 음란 콘텐츠 유포 등의 혐의를 받아 중국 당국의 출국 금지 명단에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 규제 당국인 인터넷 금융위험 특별단속 기구가 중국 공안에 쑨 CEO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도록 건의했습니다. 중국 법에 따르면 당국의 조사에 응해야하는 수사 대상자는 최소 1달에서 최대 1년까지 해외 여행이 금지될 수 있다고 하네요.

반면 쑨 CEO 측은 건강 문제로 버핏 회장과의 점심을 연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쑨 CEO가 이끄는 트론은 자사 트위터에 쑨 CEO가 신장 결석으로 병중이라 버핏과의 점심을 미뤘고, 추후 다시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쑨 CEO도 지난 23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 “중국에서 불법 자금모집과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됐다는 얘기는 루머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며 “버핏 회장과 점심 일정이 다시 잡히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날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을 배경으로 찍었다며 동영상도 공개해 중국에서 출국 금지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쑨 CEO는 버핏 회장이 매년 자선행사로 여는 ‘버핏과의 점심’ 경매에서 지난 5월 사상 최고액을 써냈습니다. 약 456만7890만 달러(약 54억원)에 낙찰받았죠. 낙찰자는 버핏 회장과의 점심 자리에 동석자를 일곱명까지 데려갈 수 있는데요. 쑨 CEO는 블록체인 기업가들을 명단에 올렸다고 합니다.

올해 버핏과의 점심은 가상화폐 기업가와 가상화폐 회의론자와의 만남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버핏 회장이 그간 비트코인을 ‘쥐약’이라 부르는 등 가상화폐와 가상화폐 기반 기술 블록체인 등에 대해 회의론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낙찰 당시 쑨 CEO는 “성공한 투자자도 간혹 (시장 변화의) 파도를 놓칠 수 있다”며 “블록체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 버핏과 블록체인 미래를 논하고, 투자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버핏 회장에 증명할 것이 많다”며 자신만만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쑨 CEO가 버핏 회장과 점심자리를 다시 조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차이신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공안이 피의자 혐의로 조사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떤 활동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쑨 CEO와) 버핏 회장간 점심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썼습니다.

쑨 CEO는 중국 베이징 출신으로 미국 펜실베니아대를 졸업했습니다. 중국에서 가상화폐 관련 기업을 세웠다가 중국 당국이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하자 싱가포르로 사업지를 옮겨 트론 재단을 설립해 가상화폐 트론을 출범했습니다. 작년엔 P2P 업체 비트토렌트도 인수해 비트토렌트 CEO를 겸직하고 있습니다. (끝) / alway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