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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된 감정'의 공존을 다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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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나혜원 대학생 기자) 바쁘고 치열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아끼고, 돌보아야 한다. 하지만 우울증과 무기력증, 번아웃 증후군 등을 앓는 현대인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나만 이럴까?’ ‘나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 때 읽어봐야 할 책이 있다. 지난해 화제를 모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바로 그 책이다. 올해 후속작이 발간되며 다시 한 번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모으고 있다.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쓴 백세희 작가를 만났다.

-많은 독자들에게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제목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제목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줄 몰랐다. 실제 내 이야기를 토대로 지은 제목인데, 많은 분들이 이 마음에 공감해주더라. 죽고 싶지만 소주는 먹고 싶고, 곱창은 먹고 싶다면서 말이다.(웃음) 누구나 힘들 때가 있지만 배는 고프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본능은 어쩔 수 없으니까 많이 공감해주신 것 같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됐나

“원래 처음 가제는 '괜찮은 하루'였다. 정말 평범하다. 원고가 완성돼 가면서 프롤로그를 쓰던 중 떠오른 제목이었다. 나는 늘 내 자신이 모순적이고 이상하다고 생각해왔다. 너무 우울하고 죽고 싶어서 ‘오늘은 꼭 죽어야겠다’ 싶다가도 배가 고프면 언제 그랬냐는 듯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모습. 그런 내 자신이 너무 싫기도 했지만, 마르탱 파주의 ‘완벽한 하루’를 읽으며 사람에게 이런 모순적이고 상반된 감정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게 자연스러운 일이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 마음을 제목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싶어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한 명도 빠짐없이 좋다고 했다.”

-정신과 진료 상담이 본인에게 준 영향과 그 녹취 내용을 바탕으로 책이 쓰였다. 계기가 있나

“책이 사랑을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슬프기도 했다. 나만 이러고 사는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살면서도 속은 힘들구나, 우울증 걸린 사람의 상담 기록을 궁금해 하는구나 싶어서다.

사실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했었지만, 구체적으로 ‘이런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지난해 가을쯤이었다. 정신과 진료를 통해 기분부전장애(만성적인 경도의 우울증)라는 생소한 병명을 알게 됐고, 비슷한 사람들이 이를 알면 좋겠다는 생각에 블로그에 녹음한 내원기록을 쓰기 시작했다. 종종 댓글이 달렸는데, 하나의 장문의 댓글을 봤다. 나와 증상이 너무 똑같은 분이었는데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만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난 그냥 솔직하게 썼을 뿐인데 이렇게 위로받는 사람이 있다니 놀랐다.

그때 책을 쓰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당시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이 우울증 이야기였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사람의 입장으로 쓴 치료일기를 책으로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 책을 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도 이루고 싶었다. 그리고 상담은 나를 살 수 있게 해줬다. 상담과 약물치료 없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을까 싶으니까.”

-책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나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이 책을 보게 될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에도 썼지만 부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혹은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어둡고 힘든 부분을 부끄러워하거나 싫어하거나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진부한 말이지만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결국 내가 나를 돌봐야만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처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졸업 후 출판사에 다닐 만큼 책과 글을 좋아했기에 글을 쓰고 싶은 건 당연했고, 책도 늘 내고 싶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언제까지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만족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서가 있나

“록산 게이의 ‘헝거’를 추천하고 싶다. 자신의 부끄럽고 숨기고 싶었던 과거와 현재의 민낯을 다 펼쳐내는데, 그렇게 자기 자신과 삶을 받아들이는 저자의 목소리가 크게 와 닿았다. 자신 자신을 혐오했던 시절,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과 화해 등의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니까 ‘나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직접적인 메시지 없이도 나를 사랑하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 내 롤 모델 역시 록산 게이다. 솔직하고 용기 있는 작가가 좋다.” (끝) / yena@hankyung.com (출처 캠퍼스 잡앤조이. 전체 기사 바로 가기 https://buff.ly/2GnMZ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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