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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제품 출시여부 결정짓는 소비자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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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영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김은지 대학생 기자) 최근 시장에 없는 물건이나 음식 등을 소비자들이 기업에 요구해 출시되는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출시된 제품이 큰 인기를 끄는 등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라온 게시글이 화제다. 닭 껍질 튀김을 먹고 싶다는 이유로 KFC에 문의를 함께 하자는 내용이었다. 유머글로 소비되기 시작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글에 공감했고 조회수는 8만9000건을 넘었다. 이 게시글이 다른 커뮤니티와 SNS에 확산되면서 KFC로 향한 출시 요청이 쇄도했다. KFC는 이를 받아들여, 6월 19일 닭 껍질 튀김을 출시해 일부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기업은 이제 SNS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수요를 더 빠르게 파악해야하는 입장에 놓였다. SNS에서 한 제품이 화제가 됐다는 것은 자동적으로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 마케팅의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제품을 선보여야만 매출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오리온의 과자 ‘치킨팝’은 인터넷 상에 흩어져 있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빠르게 캐치해 제품을 성공시킨 대표적 사례다.

오리온의 치킨팝은 생산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생산이 중단된 비운의 상품이다. 그러나 해당 제품을 그리워하던 소비자들의 성원으로 단종된 지 3년 후인 2019년 2월 재출시됐다. 롯데푸드의 아이스크림 별난바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꾸준한 요청과 SNS상의 회자 덕분에 단종상품이던 별난바는 재출시될 수 있었다. 이렇게 부활한 두 제품 모두 재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천만 개를 돌파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현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대상은 펀슈머다. 펀슈머는 소비를 결정하는 요소가 실용이 아니라 ‘재미’인 소비자들을 뜻한다. 펀슈머는 품질이나 가격보다 재미를 기준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재미나 유행,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인싸’들의 아이템 즉, ‘인싸템'인 지가 구매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다.

최근 아이돌가수가 SNS에 인증을 하면서 유명해진 ‘인기가요 샌드위치’도 펀슈머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상품이다.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한 방송사 매점에만 팔았던 샌드위치로, 여러 아이돌들이 이걸 먹기 위해 방송을 올 정도라고 SNS에 인증하면서 각 편의점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한 기업은 오리지널 레시피를 가진 매점과 협약을 맺고 팝업스토어까지 런칭했다.

일각에서는 펀슈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개인의 레시피나 아이디어를 기업에서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남친 샌드위치’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를 못 잊고 결국 레시피를 물어봤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전남친 샌드위치’라는 이름으로 같은 레시피의 제품을 출시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지는 않고 아이디어를 훔쳐 가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인기가요 샌드위치’와 ‘전남친 샌드위치’ 등 재미있는 샌드위치의 등장은 해당 제품의 매출을 높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고 샌드위치 시장 자체를 확장시켰다. 담배와 서비스 상품을 제외하고, 샌드위치가 최초로 편의점의 매출액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뒤이어 샌드위치 전체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대비 66% 이상 증가했다. 편의점 샌드위치를 구매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끌어당긴 것이다. 이처럼 재미와 SNS, 소비자들의 수요가 합쳐져 파급력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끝) / moonbl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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