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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매체의 과제 '독자 퍼스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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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또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라는 화두가 지난 20년간 전통매체를 휩쓸었습니다. 많은 매체들이 디지털 혁신을 앞다퉈 전개하는 과정에서 핵심 과제였는데요.

종이신문의 경우 지면제작 마감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온라인으로 먼저 기사를 출고하라는 것은 대표적인 원칙이었습니다. 또 전통매체 조직과 디지털 조직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방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많은 매체가 뉴스의 생산 '속도'와 '형식(포맷)'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24시간 분초를 다투는 속보의 경쟁이 있었으며 현장을 연결해 '라이브'로 중계하는 현상은 이제 일반적인 풍경이 됐습니다. 특히 텍스트를 넘어 사진, 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쏟아졌습니다.

뉴스 경험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디지털스토리텔링도 확산됐습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뉴스 실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기반의 뉴스까지 다뤄지면서 언론현장에 '노동'과 '윤리'의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2014년 3월 공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그리고 2017년 알려진 '2020 혁신보고서는 광고보다 구독료가 더 많은 매체의 고민과 지향점을 확인하는 문서였습니다. '독창성' '전문성' 같은 저널리즘의 수준은 물론이고 더 주목할 만한 가치가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첫째, 수준 높은 독자들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즉, 그들을 도울 수 있게 보도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그들을 돕는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둘째, 독자의 참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커뮤니티 운영처럼 독자의 충성도와 관련된 일입니다. 셋째, 페이지뷰 같은 단순한 트래픽 지표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오직 독자들의 습관과 관심을 따라가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최근 미국언론연구기관인 포인터연구소(Poynter)는 독자와의 협력을 토대로 저널리즘과 수익을 끌어올리는 14단계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14단계는 '수익 모델 정하기 - 잠재독자 이해하기 -독자 그룹화하기 - 독자 세분화(세그먼트) 및 명칭 정하기 - 충성 독자를 위한 전략 수립하기 - 독자 데이터 체계화 - 도달 범위 가이드 결정 - 독자 관여도 측정 - 마케팅 벤치마킹 - 독자 의견 듣기 - 독자에게 질문하기 - 기부자에게 보상하기 - 피드백 받기 - 인사이트 공유' 등입니다.

전통매체가 현재 독자들로부터 수익을 얻는 방법은 △기부 △유료 구독 △멤버십 등 크게 세 가지입니다. 그러나 독자를 발굴하고 그 독자들을 매료시켜 호주머니를 열게 하는 과정에는 각각의 매체가 처한 경쟁환경과 역량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우선 신뢰의 저널리즘을 정립해야 합니다.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저널리즘까지는 아니더라도 정확성, 객관성 등 기본적인 원칙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정량적인 지표로만 다뤄지는 휘발성 독자가 아니라 웹 사이트와 앱에 오래 머물고 참여하는 열정적인 독자들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디지털 생태계에서 언론의 최종 목표는 재능 있고 (네트워크에서) 평판이 좋은 지성의 독자들에 다가서고 그들과 관계를 증진하는 데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독자들을 수시로 파악(이메일, 서베이, SNS, 로그인, 댓글 등 참여도)하고 그들에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언론사의 일상적인 업무와 그 가치는 "오늘 독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 같은 '소통'에서 새롭게 정의해야 합니다. 매체와 독자 사이에 참여와 교류에서 독자를 이해하고 독자의 바람과 의견을 수용하는 등 업무의 관행과 문화에 대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독자 퍼스트'이며 전통매체의 진정한 혁신입니다. 독자의 제보와 댓글을 그저 기다리는 '참여저널리즘'이 아니라 기자와 독자가 상호작용하는 '상호 저널리즘'(Reciprocal Journalism)으로 나아갈 때 '뉴스의 미래'도 가능할 것입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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