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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 본 21대 총선 격전지⑦ 전북 전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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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 정치부 기자) 1의 업적인양 홍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평화당 전북도당은 논평을 통해 “고질적인 민원이나 주민들의 바람을 해결하는 것은 국회의원 고유의 소명이고, 이를 홍보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과 평화당 사이 현수막 공방의 배경엔 내년 총선을 둘러싼 ‘기선 잡기’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의 ‘정치 1번지’

20대 총선에서 전주병의 주인은 989표 차로 결정됐다. 당시 국민의당 후보였던 정 대표가 47.72%를 얻었다. 민주당 후보였던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46.96%)을 근소한 차이로 눌렀다. 두 후보는 선거일 직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총선에서 가장 많은 여론조사가 이뤄진 곳 역시 ‘정치 1번지’로 알려진 서울 종로가 아니라 전주병이었다. 후보 등록일 이후 총 17회의 여론조사가 시행돼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그만큼 관심이 집중된 선거구였다는 의미다.

당시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정 대표와 김 이사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 선후배 사이다. 한 때는 정치적 동반자였다. 1999년 정 대표가 10년 후배인 김 이사장을 전주시의원 후보로 공천했지만 낙마했다. 이후 김 이사장은 정 대표의 지역 사무실에서 정책을 담당하기도 했다. 2012년 정 대표가 19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도전했을 때 전주 덕진구(현 전주병)는 김 이사장이 꿰찼다. 정 대표는 낙선했지만, 김 이사장은 이 지역구에서 19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21대 총선에서는 정 대표와 민주당 후보로 나올 김 이사장의 재대결이 점쳐진다. 총선이 9개월 여 남은 상황에서 두 후보는 이미 ‘현수막 공방’ 등 대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 이사장은 공공기관 수장의 신분으로 총선과 관련한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연내 사임 의사를 밝히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방불패 정동영 vs 중량감 키운 김성주

정 대표는 전북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도내 지역구 최다선인 4선 의원이다. 15대 총선 때 덕진구로 출마해 전국 최다득표로 정계에 입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안방불패 변방전패’의 기록으로도 유명하다. 20대 총선 때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러브콜에도 국민의당을 선택해 전북에서 녹색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내년 총선은 ‘안방’에서 붙는다.

하지만 낮은 당 지지율이 한계다. 최근 광주·전라권 여론조사에서 나온 평화당 지지율은 3%대. 민주당(62%)보다 훨씬 낮았다. 일각에선 정 대표의 ‘힘’이 약해진 게 전북 정치의 약화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정 대표는 덕진구에 걸린 11개의 기초의원 의석 중 평화당 몫으로 단 한석도 챙기지 못했다.

정 대표는 인물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19~20일 전주 지역구에서의 1박2일 연수를 통해 총선 전략을 공유하고 전주 특례시 지정 등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 대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민주당과 1대1 경쟁 구도를 바탕으로 약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총선 때 전주 지역 3석을 모두 뺏긴 민주당은 단체장과 의회를 장악한 지방선거 승리의 여세를 모아 텃밭 탈환을 자신하고 있다. 김 이사장도 거대조직인 국민연금을 이끌면서 리더십과 중량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도·시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이라 조직력 또한 탄탄하다는 평가다.

김 이사장은 사임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1월 임명된 김 이사장의 임기는 2020년 11월까지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일찌감치 사임하고 총선 경쟁에 뛰어들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많다”고 했다. 다만 공공기관장 신분이어도 국민연금 사옥이 지역구 안에 있는 데다 물밑에서 충분히 움직일 수 있어 사임 시기가 중요하진 않다는 분석도 있다.

○평화당 ‘제3지대’ 변수 될 수도

최근 드러난 평화당의 ‘내분‘이 내년 총선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강론’을 강조하는 정 대표는 제3지대론을 설파 중인 유성엽 원내대표(비당권파)와 갈등을 빚고 있다. 반당권파는 오는 16일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제3지대 구축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당권파의 축인 박지원 의원은 “현역 의원 다수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며 “한없이 (같이)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일부 의원의 선도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경우 총선 구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평화당의 내홍이 당 분열로 이어지게 되면 선거 구도는 민주당에 유리해진다. 여당 대 야권 다자 후보간 경쟁은 민주당으로선 가장 이상적 선거구도다. 국회 관계자는 “정계 개편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누가 유리하다고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끝)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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