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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업사이클링의 현재를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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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이호준 대학생 기자) 많은 것들이 버려지는 시대다. 2015년 유럽플라스틱제조협회(EURPMAP)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에 대한 조사에서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 배출량이 61.97kg에 달했다. 과연 2019년이라고 해서 그 총량이 감소했을지는 의문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강의 중에 매번 찾아오는 졸음과 함께 맞서줄 든든한 커피가 담긴 컵도 맡은 바 임무가 끝나면 가차 없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이렇게 매일 버려지는 하나의 작은 쓰레기가 모여 결국 한 명의 성인 장정에 이르는 쓰레기 배출량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개인적 차원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 활동이 계속해서 시행돼 왔다. 그러나 리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자원이 많은 데 반해 재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한정되어 있다는 한계에 줄곧 봉착했다. 또 기존 재활용 방식은 처리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2차 오염의 문제점까지 앓고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자원을 활용 방법을 강구하게 되고 그 노력의 일환인 ‘업사이클링(Upcycling)’방식이 대두된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을 합친 단어로, 다 쓴 물건을 단순히 재사용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업사이클링이 자원을 본래 가진 모습 그대로가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에 있다. 버려지는 자원을 원료의 형태로 되돌리거나 매립하는 방식 대신, 외관과 활용 방법을 변형해 친환경적인 특색을 유지하며 물건에 새로운 쓰임새와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상에서 자원이 새롭게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 가장 알려진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프라이탁의 경우를 제일 우선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프라이탁은 찢어진 방수 천과 소방 호스, 우유 팩 등의 버려지려는 자원을 기반으로 가방과 지갑 등의 액세서리 아이템을 제작하는 브랜드로, 국내 도입된 이후 고객의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그 가치를 증명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여러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점차 하나씩 생겨나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내고 있다.

뉴트로 시대가 불며 레코드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사람들은 불편한 레코드 대신 높은 휴대성과 접근성을 지닌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접한다. 그렇기에 쉽게 손상되고, 상당히 귀찮은 재생 방식을 가진 레코드판은 버려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었다. 그러나 하마터면 버려질 법한 이 레코드들은 새로운 형태로 대중에게 나타났다.

국내 업사이클링 브랜드 ‘엔드앤드레코즈’는 버려질 뻔했던 바이닐 레코드를 소재로 삼았다. 본래 레코드는 표면에 자잘한 스크래치의 정도에 따라 음질과 재생에 있어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당연히 레코드의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엔드앤드레코즈는 이렇게 버려지는 레코드에 주목했다. 그리고 비틀즈와 레옹 OST 앨범 등 클래식하지만 재생 가치가 없어서 버려지는 레코드의 외형을 변형시켜 시계라는 새로운 사용 용도를 부여하는 데 성공한다. 현재 엔드앤드레코즈는 레코드 업사이클링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시계뿐 아니라 폰케이스, 조명, 휴대폰 무전원 스피커 등 레코드를 활용한 생활에 밀접한 제품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서울시는 ‘자원 순환 도시 서울시 비전 2030’을 토대로 업사이클링에 대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인식을 확대하고, 자원 순환 사회를 건설하고자 2017년 7월 서울시 성동구에 서울 새활용 플라자(Seoul Upcycling Plaza, 이하 SUP)를 개관했다.

서울 새활용 플라자는 업사이클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새활용 복합 문화 공간으로, 미래 새활용 산업을 육성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현재 SUP는 무릎이 늘어난 청바지와 해진 가죽으로 팔찌와 가방을 만드는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과 함께 업사이클링을 새롭고 재밌게 경험할 여러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이곳에서 폐병을 활용한 샹들리에나, 버려지는 골판지를 이용한 조형 작품, 상수도 파이프로 만들어낸 악기 등 실제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제품들을 전시해 방문객들에게 국내 업사이클링의 현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끝) / min503@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