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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 본 21대 총선 격전지 ⑤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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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정치부 기자) 서울 종로는 ‘정치 1번지’로 불린다.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상징성이 높아 총선 때마다 여야 거물들의 격전지로 떠오른다. 윤보선(제4대)·노무현(제16대)·이명박(제17대) 등 세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을 정도로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교두보로 꼽힌다.

그만큼 종로에서 누가 출마할 지는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벌써부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역구 현역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 외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낙연 국무총리, 자유한국당에서는 황교안 대표 등 ‘잠룡’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북서쪽은 한국당, 남동쪽은 민주당 우세

종로는 ‘정치 1번지’답게 특정 정당에 쏠리지 않은 투표 성향을 보여왔다. 15대 국회부터 살펴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신한국당 소속으로 나와 통합민주당 소속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겼고, 이 전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자 노 전 대통령이 1998년 보궐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당선됐다. 이후 16대에는 정인봉 한나라당 의원이, 16대 보궐선거와 17·18대에는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됐고, 19대에는 정세균 의원이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탈환한 데 이어, 20대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수성에 성공했다.

종로는 지리적으로 부촌이 몰린 북서쪽과 서민과 젊은 층 밀집지역인 남동쪽으로 지지층이 갈린다. 북서쪽인 평창·삼청·사직동은 한국당이, 남동쪽인 창신·숭인·이화·혜화동은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1분기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평창·삼청·사직동은 총 3만1829명인 데 비해, 창신·숭인·이화·혜화동은 총 6만9192명으로 두 배가 넘는다. 이런 대결구도라면 민주당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종로의 특징은 서울 다른 구에 비해 평균 연령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서울시 평균 연령이 42.3살인 데 비해 종로는 44.3살로 평균 2살 더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노령화지수가 강북·중구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연령구조상으로는 한국당에 유리한 투표결과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임종석이 정세균에게 지역구 물려받을까

민주당에서는 이곳에서만 재선한 6선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버티고 있다. 정 전 의장은 19대에는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홍사덕을, 20대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각각 눌렀다. 국회의장을 지낸 뒤에는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정 전 의장은 본인의 불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종석 전 실장이 지난달 은평구에서 종로구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새 거처가 마침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약세인 평창동이어서, ‘산토끼’ 유권자들을 공략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잠룡으로 꼽히지만, 의정 경력은 재선(16·17대)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 3월 말 정 전 의장을 만나 이사계획을 알렸고, 정 전 의장으로부터 “알겠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 전 의장이 향후 국무총리가 되고, 대신 임 전 실장이 종로구를 물려받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세종 출마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에서 어떤 대항마가 나올 지가 관건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황교안 대표 같은 ’빅샷‘이 출마하면 ‘좌파 색채’가 짙은 임 전 실장이 보수층이나 중도층 표를 끌어모아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의장은 19·20대에서 종로 표심을 밑바닥까지 훑어 지지층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교안, ‘종로 출마냐, 비례대표냐’

황 대표는 종로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김세연 원장은 지난달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황 대표의 차기 총선 출마지로 종로 지역구를 꼽는 의견과 비례대표 출마설이 엇갈린다’는 질문에 “황 대표는 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가장 정공법"이라고 답했다. ”총선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는 종로에 출마하는 정도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황 대표도 앞서 지난 4월 총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당이 저에게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감당할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라며 비례대표가 아닌 종로 등 지역구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국당 내에서는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했다가 혹시라도 낙마했을 경우 대권주자로서 입을 상처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가 특정 지역구에 묶여있기보다는 비례대표로 출마해 총선을 전체적으로 지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황 대표가 종로가 아닌 다른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 대표는 지난 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구가 종로에만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에선 정문헌 전 의원이 후보로 뛰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속초·고성·양양에서 17·19대 의원을 지냈다. (끝) /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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