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에 있는 정부 청사 정문에 사람이 들어가는 출입구는 불편하기 짝이 없긴 했습니다. 출입증 인식을 한 후 몇 초를 기다려 초록 불이 들어오면 10년 전 지하철 입구 개찰구와 같은 회전식 철봉을 밀어서 한 사람씩 들어가야 했지요. 초록 불 들어오는 타이밍을 살짝 놓치면 중간에 회전하다 몸이 끼기도 했습니다. 출입구가 달랑 한개 있는 탓에 사람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런데 퇴근시간 산책을 종종 즐기는 최 위원장이 정문으로 나가려다 회전식 출입구 앞에 길게 선 줄을 보더니 "여기가 교도소냐, 왜 이렇게 출입을 불편하게 해놨냐"며 행정안전부에 이를 개선해줄 것을 건의했다는 것입니다. 장관급 인사의 건의로 정문 출입구는 지금 개폐식으로 바뀌었다는 게 금융위 직원의 전언입니다. 지금은 출입구에 카드를 살짝 대면 즉시 문이 열려 줄 서는 일은 없어졌지요.
요즘 정부청사에 에어컨이 전보다 빵빵해진 것도 최 위원장 덕분이라는 게 금융위 공무원들의 주장인데요.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청사는 냉방시 실내온도 28도 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에어컨은 트는 둥 마는 둥 하는 데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컴퓨터와 가전제품들이 체감 온도를 높여 작년 이전까지만 해도 청사 안에서 개인 선풍기 없인 일하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올 들어선 체감적으로도 보다 쾌적한 온도가 유지되고 있긴 한데요.
이는 최 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손을 번쩍 들고 "더워서 일 못하겠다"고 발언을 한 영향이라는 겁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엄숙한 국무회의에서 더위 타령을 한 최 위원장에게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하는데요. 이 사실이 퍼지면서 정부청사관리본부에선 국무회의에 다시는 이 같은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을 안 쓸 수가 없게 됐다는 겁니다.
금융위 공무원들이 최 위원장의 미담을 속속 제보하기 시작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차기 금융위원장의 인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정부는 이달 중순 또는 말 께 개각을 준비중입니다. 현 내각에서 최장수 장관 중 한 명인 최 위원장도 인사 대상이란 얘기가 파다합니다. 인사시기에 대해선 다소 엇갈리는데요. 이번 개각에 포함되거나 연말까지 남아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후임으로는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금융위 공무원들이 후임 수장 역시 직원의 복지를 신경써 달라는 뜻에서 최 위원장의 미담을 퍼트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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