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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가 본 21대 총선 격전지 ①연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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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섭 정치부 기자) 내년 4·15 국회의원 총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내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 5년의 임기 중 2년을 남기고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현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띌 수밖에 없죠. 결과에 따라 집권 후반기가 순항할 수도, 임기 중 선거에 패한 역대 정부들처럼 ‘레임덕’ 수순에 접어들 수도 있습니다. 여당·진보정당이 개혁 법안 통과에 추진력을 얻을 새 판을 짜느냐, 보수야당에 반격의 계기가 되느냐의 운명이 판가름 난다는 얘기입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잠룡들의 맞대결도 관심거리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은 7월부터 하루에 한 곳씩, 유권자들의 주목도가 높은 지역구를 찾아가 판세를 전망해보는 시리즈를 내보낼 예정입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정치 신인들의 목소리도 들어보고, 지역구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도 살펴보겠습니다.

민주당 “단일화 없다” 한국당 “송도 일꾼 뽑아달라” 정의당 “진보층 많아 해볼만”

인천 연수을(송도1~4동)은 19세~49까지의 인구 비율이 전 연령층의 68%(지난 5월 말 기준)다. 인천시 전체에서 19~49세 비율은 46% 수준이다. 연수을이 그만큼 젊다는 뜻이다. 젊은층의 지지율이 높은 여권에선 한 번 깃발을 꽂으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지역으로 분류해왔다.

그럼에도 이 지역의 현역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민경욱 의원이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표를 나눠가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 대변인’을 자처한 민 의원의 선거 전략도 효과를 거뒀다. 민 의원은 내년 4·15 총선에서 수성을 노린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측근인 정일영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정의당에선 당 대표인 이정미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정의당 단일화할까

민주당 내부에선 최근까지도 연수을 지역구에 ‘누가 나갈지’ 관심이 높았다. ‘표밭이 좋은 곳’이지만 정의당의 이 대표가 일찌감치 뛰고 있어 선거 막판 단일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다 결국 정일영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지역위원장에 뽑혔다. 정 전 사장은 제23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건설교통부 고속철도 과장, 항공정책실장, 교통공단이사장 등을 지낸 교통·항공 업무 전문가다. 노 비서실장의 대학 동기 동창이다. 송도 지역 주민들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M버스 등의 광역교통망 확충, 인천공항과 연결된 후방 산업 육성 등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에선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인천 지역의 한 의원은 “정 전 사장이 정치 경력이 부족해 판세를 잘못 읽은 것 같다”며 “어차피 단일화될 지역인데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천 지역 사정에 밝한 한 보좌관은 “예를 들어 정의당인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의 경우 총선에 나가면 10% 이상의 득표율을 올릴 수 있다”며 “본인이 당선되진 않겠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의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존재가 될 순 있어 인천 지역에서 양당의 단일화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정의당에서 이 대표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인천지역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일영 “‘단일화없다’는 지도부 약속 받아”

정 전 사장 측은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역위원장에 도전하기 전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전 원내대표 등에 ‘단일화는 없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며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 전 사장은 또 “‘도중에 그만두고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갈 것이다’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단언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세 후보 중 유일하게 현역 의원이 아닌 정 전 사장은 매일 새벽부터 밤 늦께까지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선거 공학적’인 단일화가 없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는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정의당의 당대표로 있으면 우리 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 당 대표는 살려야 한다는 얘기가 내부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달 중 당 대표직을 내려 놓는다. 새 당대표엔 심상정 의원이 유력하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은 “정의당이 실수를 한 것 같다. 이 대표는 정의당의 중요한 자원인데,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당 대표직을 유지시키는 게 맞았다”고 분석했다.

정의당은 정 전 사장의 등장에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이 대표는 송도 지역에 사는 20~40대 ‘송도맘’에 인기가 특히 높다. 송도 1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털털하고 시원시원해보이는 이 대표에 호감을 갖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며 “진보층도 적지 않은 지역이어서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언제든 민주당 지지층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성공한 두 명의 정의당 후보만 봐도 그렇다. 김성진 후보(남구을)와 조택상 후보(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는 모두 20% 안팎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여기에 민주당 후보가 나오면 득표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중적 인지도와 민주당과의 단일화 없이는 3자 대결에서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이 대표 측은 이달 중순 당대표를 마치면 지역구 다지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민경욱 “성과로 인정받겠다”

한국당에선 이 지역을 사실상 험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 의원은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꼭 지역구를 찾고 있다. 민 의원 측은 “당 대변인 당번 업무를 하지 않는 날이면 어김없이 지역구를 가고 있다”며 “이전보다 확실히 긴장감도 높아졌고, 지역구에 공을 들이는 시간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민 의원 측은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당선 직후 두 개 노선의 광역급행버스(M버스)를 추가한 데다 공공기관 인천지사 유치 등 굵직한 사업에도 힘을 보탰다는 설명이다. GTX-B노선도 민 의원의 총선 1호 공략으로 오는 9월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인천 지역에서 살다 은퇴 후 송도 신도시로 넘어온 보수층 지지자들이 주 공략 대상이다.

민 의원 측은 현재의 3자 대결 구도가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44.35%를 받은 민 의원은 윤종기 민주당 후보(37.05%)와 한광원 국민의당 후보(18.58%)를 간신히 이겼다. 두 후보가 단일화를 했다면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국당 관계자는 “3자구도에서 이 대표가 20% 안팎의 득표율을 올리면 민 의원의 승리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막말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 부담이다. 민 의원은 지난달 북유럽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을 ‘냇가에 고기 잡으러 간다’는 ‘천렵질’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작년 말엔 연수을 지역에서 주민이 인사를 받지 않자 돌아서서 침을 뱉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었다.

연수을 지역은 앞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의 착공 여부에 가장 중요한 이슈다. GTX-B노선(송도~서울역~마석)이 완공될 경우 30분 내에 서울 도심 출퇴근이 가능하다. 저마다 GTX-B 노선의 본격적인 사업 시작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기업의 추가 유치도 관건이다. (끝) /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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