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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무전문성'인사제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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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윤 산업부 기자)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부터 직원의 직무전문성을 진단하고 이를 인사에 반영하는 ‘역량진단제’를 도입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인사 전문가들은 “현재의 4단계 직급체계를 둔 상태에선 역량진단이 승진과 보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엄밀한 의미의 ‘인사제도 수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내기업들의 공통적인 인사제도인 ‘직급중심’의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삼성은 이번 인사제도 개편의 목적이 ‘직원의 전문성을 높여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글·아마존 등의 정보기술(IT)기업들과 경쟁하려면 그들이 시행하고 있는 인사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무엇이 조직원을 움직이게 하는가’ 이것은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인사담당자들의 오랜 고민입니다. 조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기업들은 성과관리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 성과관리시스템의 핵심은 평가프로세스와 보상입니다.

하지만, 국내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은 첫 단추부터 다릅니다.

국내기업들은 ‘직급중심’의 인사제도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기업은 ‘직무중심’의 인사제도로 시작을 합니다. 직급중심의 인사제도를 도입중인 국내기업들은 당연히 성과중심으로 조직을 관리하고 보상을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직급중심 시스템이란 직원 개개인에게 과장,차장,부장 등의 직급을 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HR매니저, 재무분석가 등 모든 직무에 타이틀을 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기존의 7단계였던 직급제도를 4단계 커리어레벨(CL)로 줄였지만 여전히 직급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연공서열형 인사제도에서 진일보했지만 아직까지는 먼 길입니다.

직급시스템은 외부인재 수혈때도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국내기업들은 아무리 뛰어난 외부인재를 데려오려 해도 내부형평성 때문에 무산되는 경우가 종종있습니다. 경력직이 기존의 직원보다 더 많은 연봉과 타이틀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글로벌기업들은 외부인재 영입땐 형평성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성과와 역량이 탁월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인사정책 때문입니다. 글로벌기업의 외부인재 영입정책은 과거 이건희 회장이 말한 ‘메기론’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보상의 근거가 되는 평가도 명확하게 합니다. 평가는 연초 직무별 목표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상사와 합의한 목표는 문서로 작성해 쌍방이 서명을 하는 식입니다. 또한, 평가를 할때도 성실,책임,친절 등의 정성성 요소는 배제되고 오로지 역량중심의 평가를 한다는 점이 국내기업과 다릅니다. 이런 바탕으로 이뤄진 평가결과는 보상의 차별로 이어집니다. 저평가의 임금은 동결되고 고평가자는 연봉의 2~3배 인상되고 직무 또한 확대됩니다. 이것이 글로벌기업들의 평가와 보상시스템입니다. DHL코리아, 오티스엘리베이터 등 글로벌기업에서 인사 경력을 가진 임병권 연성대 교수는 “조직원들의 행동을 바꿀려면 직무중심의 인사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것이 직급의 영향력 줄이고 직무중심의 보상 프로세스를 확산시키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당장 직급시스템의 국내기업 인사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면 ‘직무중심의 커리어패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합니다. 임 교수는 “국내기업의 무분별한 직무순환제가 오히려 직무전문성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며 “직무순환제를 지양해야 직무전문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끝)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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