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어떠한 M&A를 해왔을까. 한경비즈니스는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자료를 분석해 국내 5대 그룹의 M&A 궤적을 따라가 봤다. 2008년 이후 2019년 2월 말 현재까지 지난 12년간 국내 기업들이 추진해 온 총 1만2936건의 M&A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이 중 순수 M&A에 해당하는 5836건이 분석 대상이다. 딜 발표 후 아직 종료되지 않은 건도 포함했다.
그 결과 삼성·LG·현대차·롯데·SK 등 5대 그룹은 지난 10여 년간 총 527건, 1630억 달러 규모의 M&A에 뛰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매각(181억7861만 달러)과 인수(1448억7332만 달러) 금액을 더한 총액수다. 연도별 거래액은 2008년 25억8870만 달러(약 2조9218억원)에서 2018년 102억4106만 달러(약 11조5590억원)으로 10년 사이 5배 정도 규모가 증가했다. 거래 건수가 26건에서 40건으로 증가한 것에 비해 거래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그만큼 ‘빅딜’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룹별로는 분명한 특징을 나타냈다. SK그룹은 단연 눈에 띄는 M&A 행보를 보였다. 총 634억510만 달러(147건)로 가장 큰 규모의 M&A를 해왔다. 삼성그룹은 483억6028만 달러(159건) 규모의 M&A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롯데그룹이 228억4491만 달러(91건), LG그룹이 118억3619만 달러(96건) 규모의 M&A를 추진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166억545만 달러(34건)로 5대 그룹 가운데 가장 소극적인 M&A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M&A를 통해 어떤 전략들을 모색해 왔는지, 그룹별로 무엇을 사고팔았는지 주목해 봤다. 기업마다 차이를 보였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선택과 집중’이다. 향후 주력 사업은 ‘인수’, 비주력 사업은 ‘매각’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미래 먹을거리 확보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눈여겨보는 한편 대기업 간 과감한 빅딜들도 시도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얻을 것은 확실히 얻는 기업 간 M&A를 통해 윈-윈하는 모습이다. 삼성과 한화그룹 사이의 빅딜이 대표적인 예다. LG가 SK에 실트론을 매각한 것도 기업 간 빅딜에 해당한다.
계열사 간의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이 또한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행보였다. 이와 함께 최근 ‘규제 이슈’가 주효했다. 정부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자회사들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LG가 서브원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한 것이 최근 사례 중 돋보인다. 또 LG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의 지분을 100%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M&A는 ‘라이트 포인트(광점)’를 찾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잘 연결하고 서로 별개의 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낼 때 성공적인 M&A가 가능해진다. 때로는 연관 사업으로, 때로는 신규 사업으로 또한 합종연횡으로 흩뿌려진 각개의 ‘점’들은 하나의 ‘선’으로 방향성을 가진다. 기업의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지표로 기능한다. 그렇게 본 2008년 이후 5대 그룹의 미래 방향성은 요약하면 ‘전장’,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다. 또한 유형별로는 ‘원천 기술 확보’에 최근 가장 큰 수요가 몰린다. (끝) / charis@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1215호. M&A 관련 기사 리스트 페이지 바로 가기 https://buff.ly/2VJeS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