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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항암효과 거의 없는데 '독도산 항암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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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영 경제부 기자) 해양수산부는 20일 ‘독도 해양미생물에서 항암효과 지닌 신물질 발견’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신희재 박사 연구팀이 독도 주변 해역에 사는 해양미생물에서 항암효과가 있는 3종의 신물질을 발견하고 ‘독도리피드(Dokdolipids A-C)’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내용이었지요.

한국 과학자들이 독도 인근에서 신물질을 발견해 ‘독도’라는 이름을 붙였다니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이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명칭인 ‘다케시마’ 대신 독도라는 정당한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릴 기회기도 하구요. 보도자료와 비슷하게 ‘독도 해양 미생물에서 항암물질 발견’이라는 제목을 붙인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자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항암 효과에 대한 내용은 “독도리피드가 대장암, 위암, 폐암, 신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 6종의 암에 대해 항암 활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 줄 뿐이었기 때문이지요.

관련 학자들에게 독도리피드의 항암 효과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물어봤습니다. “항암물질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먼저 항암 활성은 ‘암세포에 대한 세포독성’을 뜻합니다. 암세포를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성질이지요.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 마늘이나 무 줄기 등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식품들도 갖고 있는 성질입니다.

항암물질로서 제대로 된 효과를 내려면 ‘얼마나 강하냐’가 중요한데, 독도리피드의 항암활성 정도는 암 치료에 쓰이기엔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마늘을 많이 먹으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지만 암의 주 치료제로 마늘 수액을 쓰지 않는 것처럼요.

오히려 보도자료 뒤쪽에 언급된 ‘천연 계면활성제’ 성질이 독도리피드의 ‘진가’를 보여준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천연 계면활성제는 석유 부산물로 만드는 일반 계면활성제와 달리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고, 화장품 식품 가정용품 의약품 등 쓰임새도 많지요. 연구원 관계자도 “항암효과는 독도리피드의 부가적인 기능이고, 천연 계면활성제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며 “해수부 측에서 항암효과를 강조하면 더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겠다고 본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려는 해수부의 의욕은 높이 살만 합니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편집이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과장이 없어도 독도는 한국 영토이고, 천연 계면활성제 효과가 있는 독도리피드의 발견과 명명도 그 자체로 기쁜 소식이니까요. 학계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자칫하면 ‘신물질 발견을 과장했다’는 일본 측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끝)/ syoung@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