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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 지시 받아 마루바닥 뜯어냈다고?" 삼성바이오 압수수색 진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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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사측 폐기 요청 노트북 직원이 임의로 보관
마룻바닥은 OA플로어...삼성 직원 'JY'표현 못써

(안대규 지식사회부 기자) “공장 마루 바닥을 뜯어내 노트북 수 십대를 찾아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7일 이 회사의 송도 공장을 압수 수색한 후 공개한 내용입니다. 당시 검찰은 “마루 바닥을 뜯어내...회사측이 묻어둔...” 등의 표현을 사용해 삼성바이오측이 조직적으로 분식회계 자료를 은폐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검찰의 이런 표현으로 삼성은 글로벌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은 것 같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곧바로 “한국 검찰이 삼성바이오가 공장 바닥에 숨긴 서버를 압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음날(8일) 삼성바이오 주가도 7.7%나 빠졌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표현은 다소 과장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검찰이 노트북과 공용 서버를 찾아낸 곳은 삼성바이오 사무실 바닥의 ‘OA플로어’였습니다. OA플로어란 공장이나 사무실 바닥에 PC, 사무기기 등의 전선과 각종 네트워크 장비를 두는 공간을 말합니다. 가로 세로 각 50㎝, 깊이는 20~30㎝ 수준으로 통상 넓은 사무공간 바닥엔 OA플로어가 수십개가 있습니다. 실무자가 폐기하라는 규정을 어기고 OA플로어에 노트북 수십대와 공용서버를 숨겨놓고 뚜껑을 닫은 것이지 회사가 조직적으로 ‘공사’를 벌여 증거를 인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누가 여기에 수십대의 노트북을 감췄을까요. 법조계에 따르면 보안담당인 안 모씨가 개인적으로 놓은 것이지, 회사가 조직적으로 은닉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죠. 안씨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서 “본사의 폐기 방침을 어기고 자의적으로 보관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삼성전자 TF 소속 백모 상무와 서모 상무가 '공장바닥 노트북 은닉'혐의가 아닌 서류 삭제 지시 혐의(증거인멸)로 구속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실제 검찰이 공장 바닥에서 압수한 노트북은 삼성바이오측이 작년 영업사원 및 경영지원실, IT부서 소속 직원들의 노후화된 노트북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회수한 낡은 노트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술유출 사건 전문 변호사는 “보통 상사에게 잘보이고 싶어하는 직원들이 자신의 경쟁력을 위해 ‘과거 데이터’를 몰래 모아놓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IT업계에선 상사의 프로젝트 지시때 자신의 유능함을 입증하려고 폐기해야할 과거 자료를 몰래 보관하고 있다가 적절히 활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회사측은 증거인멸 문서상 나온 ‘VIP’와 ‘JY’라는 표현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 공식 문서라면 최고위층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의미하는 ‘JY’라는 표현을 직원들이 문서에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오해하는 ‘VIP’라는 표현은 사실 이 부회장을 지칭한다는 게 삼성 출신 변호사들의 전언입니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이번 수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측 주장대로 안씨가 분식회계의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면 왜 자료를 없애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는 지 의문”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수사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끝) /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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