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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버벌리스트'란 직업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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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영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슬로건 ‘Passion. Connected. 하나된 열정’과 카누, T.O.P, 오피러스 등 누구나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슬로건과 브랜드명을 만든 민은정 인터브랜드 전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브랜드 버벌리스트인 민 전무는 이름이 가진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브랜드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좋은 이름이 브랜드의 성공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말하는 민은정 전무에게 수많은 히트 브랜드를 탄생시킨 비법을 물었다.

- 사람들이 많이 알고 기억하는 브랜드의 이름을 만들어왔다.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대표작으로는 카누, T.O.P, 자연은, KB국민은행 리브, 신한은행 쏠, 오피러스, 로체, 알페온, 뮤지엄 산, 리엔, 코나,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 공식슬로건 ‘Passion. Connected. 하나된 열정’ 등이 있다. 브랜딩(Branding)이라는 개념이 뿌리내리기 전인 1994년부터 이 일을 해왔다. 남들보다 먼저 이 일을 시작한 덕에 좋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 브랜드 버벌리스트라는 직업이 아직은 조금 생소한 사람이 많다.

“‘이 브랜드는 저 브랜드와 다르다’라고 느끼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름, 슬로건, 브랜드 스토리, 메시지, BI, 패키지 등의 요소들이 어우러져서 ‘우리 브랜드다움’이 완성된다. 브랜드 버벌리스트는 이 중에서 이름, 슬로건, 브랜드 스토리, 메시지, 언어적 컨텐츠 등의 요소를 총체적으로 개발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 언어적 요소가 개발되기 위해 필요한 브랜드 컨셉 및 아이덴티티 개발까지 포함한다.”

- 브랜드 이름을 짓는데도 법칙이나 참고하는 연구 등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브랜드 네이밍은 마케팅, 상표법, 언어학이라는 세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연구들이 다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지금의 브랜드 네임에게 꼭 필요한 덕목으로 ‘인스타그래머블’을 꼽고 싶다. SNS에 해시태그를 붙여서 올릴 만한 이름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이름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상상하고 참여할 만한 여지를 주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대전충남지역에서 판매되는 ‘이제우린’이라는 소주가 있다. 이 브랜드 이름은 ‘이제 우린? 그래서 뭐?’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을 고객들이 자유롭게 만들어낸다. ‘이제우린 1일, 이제우린 베프’ 이런 식으로. 나는 이런 이름들을 ‘열린 결말 이름’이라고 얘기한다. 고객들이 스스로 브랜드 스토리에 참여할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파워풀한 마케팅은 없다.”

- 평창 올림픽 때는 'Passsion. Connected. 하나된 열정'이라는 슬로건 또한 만들었다.

“제안 PT 후 우리 회사가 선택되었을 때, 기쁘면서도 너무나 부담스럽고 걱정이 됐다. 역대 올림픽 슬로건들을 살펴보니 다 걸작이라, 부담이 배더라. 그래서 처음 개발했던 슬로건들은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 회사의 해외 컨설턴트 중 한 명이 ‘평창’의 영어 표기가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하더라. P랑 C밖에는 안 보인다고. 그 얘기를 듣고는 그럼 P와 C를 강조해서 ‘평창’다운 슬로건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다음부터는 개발부터 최종 선택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 요즘 대학생들은 어느 때보다 마케팅에 관심이 많고, 브랜드의 성운을 결정짓는 카피라이터나 브랜드 버벌리스트 같은 직업을 희망한다.

“마케팅은 세상에 대한 관심, 사람들에 대한 애정, 내일에 대한 호기심이 바탕이 된다. 즉 세상 모든 것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 적합한 일이다. 지금 시대의 카피라이터나 브랜드 버벌리스트는 글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정선된 글을 잘 쓰는 것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서로 다르다. 뻔한 답변일 수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남다른 경험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 하나의 제품이 혹은 브랜드가 좋은 이름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두유가 ‘콩즙’이라 불렸다면 지금 같은 두유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히트텍이 ‘유니클로 내복’이라고 불렸다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 ‘두유’라는 이름이 붙었기에 우유의 라이벌이 될 수 있었고, ‘히트텍’이라는 이름이 붙었기에 의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좋은 이름은 브랜드의 성공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하이데거의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인용하고 싶다. 우리가 어떤 존재에 대해 갖게 되는 인식은 ‘이름’이 만들어낸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다."

- 브랜드 버벌리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나 재능은 무엇인가.

“‘낯설게 보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에 매우 공감한다. 그런데 세상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한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것’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부터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

- 브랜드 버벌리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마디를 하자면.

“세상 모든 직업이 그러하겠지만, 1%의 행복을 위해 99%의 고통을 인내해야 하는 것이 이 일인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수한 공격과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이 일에 도전했다가 상처만 받고 중도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래도 나는 이 일을 정말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도전해 볼만한 매력적인 일이라고 자신한다. 단단한 각오가 되어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끝) / moonblue@hankyung.com (출처 캠퍼스 잡앤조이, 전체 기사 바로 가기 https://buff.ly/2Pu8P4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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