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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엔 공짜 점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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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문화부 기자) 근사한 구내식당은 한때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5년 전 기자가 방문했던 우버 본사의 식당에서는 식사시간도 아닌데 개발자들이 간식을 먹으며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원 카드로 찍어서 기록하는 절차도 없이 그냥 가서 주문하고 먹으면 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구글엔 곳곳에 무료 음료수 자판기가 있었고 에버노트 구내식당의 점심은 다양한 식성을 가진 직원들을 배려한 메뉴가 나왔습니다.

직원 복지일수도 있지만 외부 식당을 이용할 때 오가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업무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팔란티르는 구내식당에서 랍스터 꼬리와 사시미 등이 포함된 13가지 코스요리로 점심을 제공한 걸로도 유명하죠. 하지만 사내에 식당뿐 아니라 체육관 의료시설 세탁소까지 갖춰 놓은 이런 기업들 때문에 식당을 비롯한 주변 상권이 죽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요즘은 바뀌고 있다 합니다. 지난해엔 샌프란시스코 시의원들이 ‘신축 건물 구내식당 금지’ 조례안까지 발의했다고 하니까요.

그렇다면 세계 시가총액 1위 회사 아마존은 어떨까요. 평균 근속연수가 1년 남짓인 아마존에서 12년 간을 근무한 박정준씨는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에서 아마존의 알뜰함에 대해 자세히 얘기합니다. 문짝을 떼어 만든 책상 ‘도어 데스크’는 하나의 상징입니다. 제프 베이조스 회장이 창업 당시 집 차고에 사무실을 차리고 집 문짝을 떼어 책상으로 쓴 일화에서 비롯된 겁니다. 지금도 회장부터 모든 직원이 도어 데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아마존에도 구내식당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짜가 아닙니다. 기본 점심 메뉴는 보통 10달러가 넘습니다. 식당은 회사가 아니라 외주 업체에 맡겼습니다. 음료는 어떨까요. 아마존은 드립커피와 차만 공짜로 줍니다. `회용 컵 낭비를 막기위해 공용 머그컵을 쓰도록 합니다. 다른 음료수는 자판기에서 사 먹어야 하는데 자판기는 내부가 컴컴합니다. 전기를 아끼려고 자판기 내 전구를 모두 빼버렸기 때문입니다.

비싼 회사 식당 덕(?)에 아마존 사옥 주변엔 다양한 식당이 생겼습니다. 우선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푸드트럭들이 늘어섰습니다. 핫도그나 햄버거부터 인도와 태국음식, 한국 퓨전 음식까지 있습니다. 아마존 출신들이 모여 만든 점심 소셜 커머스 스타트업도 생겼습니다. 일종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한국과 달리 아마존에서는 점심 ‘혼밥(혼자 먹는 밥)’이 자연스럽고 사무실 책상에서 간단히 먹거나 심지어 회의 시간에 식사를 하기도 해서 이런 업체들이 인기라고 합니다.

직원들의 주차도 무료가 아니고 직원들이 아마존에서 구매를 할 경우 할인 혜택에도 인색합니다. 아마존 사원들이 아마존에서 구매하면 10%의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연간 한도가 100달러로 정해져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 상품도 제 돈을 주고 사야 합니다. 박정준 씨도 킨들 팀에서 근무할 때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전체 사원들 중 추첨을 해서 두어 명에게 선물로 준 게 전부라고 합니다.

직원들의 원성이 나올 법도 한데요. 이에 대해 회장은 얘기합니다. 거품과 낭비를 줄이고 그 모든 지원을 고객을 위해 사용한다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회사가 성장하고 그 열매는 주주인 사원들에게 돌아간다고요. 실제로 아마존에서는 연봉계약을 할 때 직원들에게 주식을 함께 줍니다. 이달 초 한국을 찾은 박정준 씨를 만났을 때, 그렇게 받은 주식을 안 팔았다면 엄청난 부자가 됐을 거라며 웃더군요. 그는 많지 않은 일부는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그건 기부를 할 생각”이라고 얘기하더군요. 그가 2004년 입사할 때 연봉과 함께 받은 주식은 1000주였습니다. 15년 전 아마존의 주가는 50달러대였습니다. 현재는 1800달러대입니다. (끝)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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