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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별 익명 게시판 인기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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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정한별 대학생 기자) 서울대 39만개, 고려대 38만개, 연세대 15만개. 지난 3월 기준 ‘대나무 숲’ 페이지의 ‘좋아요’수 다. 대나무 숲(혹은 ‘대신 전해 드립니다’)은 SNS 상의 페이지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제보된 글은 그 페이지를 구독하는 사람들에게 공개된다. 게시물을 읽은 사람들은 댓글을 통해 갑론을박을 벌이는 한편 새로운 의견을 제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기능은 다른 페이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난히 높은 ‘좋아요’수는 무엇 때문일까. 대나무 숲만의 차별성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한 인기 대나무 숲의 공통점은 익명성을 기본으로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대나무 숲’의 제보자들은 교수의 성적인 농담을 공론화하고 선배나 동기, 혹은 후배들의 잘못을 고발한다. 대부분의 학생이 모르고 있던 학교 행정의 문제점들을 알리기도 하며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든다. ‘대나무 숲’의 제보 글이 다른 커뮤니티로 옮겨가고 SNS를 통해 퍼지면서 사회에 새로운 파문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대학가의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역시 ‘대나무 숲’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최보경(국민대 일본학‧23) 씨는 “‘대나무 숲’의 익명성은 학생들이 더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로서 기능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안민지(고려대 노어노문학‧23) 씨 역시 “‘대나무 숲’의 취지를 생각해 볼 때 익명성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의 익명성은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1학기의 개강 이후만 하더라도 대학교 대나무 숲에서 많은 사건이 주목받고 있으며 많은 학생은 이곳에서 익명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모 대학교의 대나무 숲에는 수업 중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에 대한 교수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이 업로드됐다. 다른 대학의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교내 조형물 설치와 설치를 위한 방식의 문제를 두고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대나무 숲’의 익명성 보장을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허위 제보에 대한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보된 글을 읽는 사람들이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은 익명의 글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허위 제보로 인한 파장의 위험성은 비교적 낮다는 것이 이용하는 학생들의 의견이다. 전준호(국민대 일본학‧22) 씨는 “익명이라고 거짓을 제보하는 사람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지만 페이지의 구독자들은 대나무 숲이 전문적인 정보 제공 사이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구독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익명이기 때문에 어려운 비판이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나무 숲’의 익명성이 항상 내부고발이나 사회적 이슈와 같은 무거운 주제에 한정해서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제보자가 제보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직접 말하기 민망하거나 부끄러운 경우에 ‘대나무 숲’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대학의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과 잠바를 입고 버스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던 커플에게 당부하는 말과 수업시간에 미리 자리를 맡는 행위를 비판하는 제보 글이 업로드되기도 한다. 더불어 한눈에 반한 이성에게 교제 중인 상대가 있는지 묻는 글과 자신의 연애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고민 상담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끝)/ jinho2323@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8(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