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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 '위기'의 시사점..."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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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디지털 혁신 이후 기술투자를 늘려온 뉴스조직 내부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타깃뉴스를 만드느라 분주했지만 몇몇 대형언론을 제외하고 성적표는 처참했다.

2004년 이후 미국의 지역 신문사 중 약 20%가 문을 닫았다. 적어도 900곳에서 동시간대에 지역뉴스가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했다. 대부분의 돈이 대형 기술 플랫폼으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미 전역에 걸쳐 언론사를 소유해온 가넷(Gannett)은 물론 올해 들어 디지털 미디어의 혁신 선두주자였던 허핑턴포스트(HuffPost)와 버즈피드(BuzzFeed) 등 디지털 퍼블리셔까지 구조조정의 쓰나미를 피할 수 없었다.

페레티(Jonah Peretti) 버즈피드 CEO는 구조조정을 겪은 이후 디지털 퍼블리셔로 승승장구해왔던 버즈피드의 진로에 대해 "상거래 및 브랜드 파트너십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수익원을 디지털 광고에서 찾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몇몇 전통적인 언론사들은 '퀄리티 저널리즘'으로 명성을 쌓고 구독-애착의 선택에 주력해오며 일부 성과를 거뒀다. 물론 이러한 비즈니스 작동방식이 세계의 언론사들에게 보편적인 희망이 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요구된다. 더구나 한국은 가혹한 겨울이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알렉산드라 보르하르트(Alexandra Borchardt)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리더십 프로그램 책임자는 "많은 매체가 매달리는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면서 세계적 명성의 언론사인 뉴욕타임스의 예를 들었다.

뉴욕타임스는 디지털화로 인해 이룬 성공을 계기로 저널리즘에 대한 투자 즉, 사람 중심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만 기자 수를 120명 늘려, 현재 전체 기자 수는 사상 최대인 1,600명에 육박했다. 이러한 접근은 당분간 뉴욕타임스 같은 곳에서만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놓칠 수 없는 부분은 혁신은 '저널리즘' 수준 제고에 있다는 점이다.

보르하르트는 "이제 광고 중심 사업모델의 한계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북미의) 많은 뉴스 미디어 기업들은 앞으로 공익재단과 비영리단체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사회적으로 저널리즘이 암 연구 만큼이나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알고리즘이나 AI가 아니라 인간 사이의 연결과 참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커뮤니티처럼 독자의 참여를 늘려 그들의 바람을 수렴하는 일이다. 기술만으로는 중요한 질문에 답할 수 없고 독자를 매료시킬 수 없어서다.

인터넷 등장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미디어 혁신가들은 기술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저널리즘 신뢰 회복보다는 플랫폼에 안주하고 의존하는 결과를 낳았다. 다시 독보적인 저널리즘에 눈떠야 한다는 인식이 부각하는 상황에서 한국언론은 어떤 성찰과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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