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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 주창한 슘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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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흔 한경 비즈니스 기자) 4차 산업혁명의 시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열쇠’로 기업가 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또한 커져 간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야심만만한 기업가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두루뭉술하게만 다가오는 ‘기업가 정신’이란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경제 발전의 주체로서 혁신을 강조한 조지프 슘페터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의 의미를 짚어봤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용어는 ‘시도하다’, ‘모험하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앙트러프랑(entreprendre)’에서 유래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시도’하고 ‘모험’하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흔히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기업가(businessman)와는 매우 뚜렷하게 구별된다.

18세기 초 프랑스 경제학자인 리샤르 캉티옹을 비롯한 프랑스 정치·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기업가 정신’이란 용어가 사용됐는데 이들 또한 일반적인 상인이나 제조업자와 구분하기 위해 이 용어를 썼다고 한다. 캉티옹은 기업가를 ‘위험을 무릅쓰고 시장에서 교환 행위를 주도하고 이끄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모든 것이 확실하게 예측되고 안정적인 시장에서는 ‘시도’와 ‘모험’이 일어나기 쉽지 않다. 기업가 정신을 설명할 때 필연적으로 ‘파괴’와 ‘혁신’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기존의 강자였던 노키아와 블랙베리 등은 빠르게 몰락했다. 2009년 탄생한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는 전 세계 택시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가 도처에서 들려온다. 바로 이 개념을 처음 구체적으로 정립한 이가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다.

그는 ‘기업가 정신’에 대해 최초로 체계적으로 접근한 학자로 평가 받는다. 그가 강조한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혁신’이다. 기업가는 시장에 숨어 있는 이윤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그 바탕이 되는 것이 ‘기술혁신’이다.

신제품의 발명이나 개발, 새로운 생산 방법의 도입, 신기술의 발명,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원료나 부품을 찾아내고 사용하고 공급하는 것, 조직을 새롭게 형성해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모두 기술혁신의 방법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늘 기존의 시장을 흔든다. 슘페터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는 바로 이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슘페터는 이윤을 좇는 기업가는 누구라도 ‘혁신’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창조적 파괴’는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핵심적인 동력이다.

슘페터의 시각에서 과감한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통해 기업가가 얻어낸 이윤은 도덕적이고 정당하다. 기업가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위험을 무릅쓰고 성공적으로 모험을 수행한 결과로 주어지는 정당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가의 ‘혁신’은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낸다.

지식 시장을 타고 빠르게 번진 혁신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한 단계 올려놓는다. 시장은 넓어지고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며 결과적으로 가격은 하락한다. 상품과 서비스는 향상되는 반면 가격은 떨어진다. ‘창조적 파괴’가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기업가가 혁신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얻는 데 성공한다. 이를 본 다른 기업가들은 바로 이 혁신적인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를 곧바로 모방한다. 그 결과 사회 전체적으로 점차 이윤이 소멸하게 된다.

슘페터는 경기순환 또한 이를 토대로 해석했다. 이처럼 ‘창조적 파괴’가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다시 말해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면 경제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하락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끝) / vivajh@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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