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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술 강권 문화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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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이희원 대학생 기자) 건강한 대학가 음주문화를 위해 숭실대 총학생회에서 도입한 ‘술 강권 금지 팔찌’ 제도가 대학가의 음주사고 예방과 잘못된 음주 강요 문화를 바로잡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진행됐던 숭실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새내기들에게 세 가지 색상으로 나누어진 ‘술 강권 금지 팔찌’를 배부했다.

노란색 팔찌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 ‘주량이 한 병 이하이다’, 분홍색 팔찌는 ‘적당히, 얼굴이 팔찌 색이 될 때까지만 마시겠다’, 검은색 팔찌는 ‘끝까지 마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각자의 의사에 따라 팔찌의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숭실대 1학년 함승윤(숭실대 융합특성화자유전공학부·20) 씨는 오리엔테이션에서 노란색 팔찌를 선택했다. 함 씨는 “팔찌 덕분에 술보다는 물이나 음료수를 권했다”며 “술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 덕분에 즐거운 오리엔테이션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희망하면, 팔찌 색깔도 변경할 수 있다. 술 마시는 것이 자유로워졌다”고 덧붙였다. ‘술 강권 금지 팔찌’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하거나 술자리에서 거절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이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술자리를 만드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신입생 지도 역할로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정나현(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21) 씨는 “팔찌 덕분에 술자리에서 자연스레 술을 조절할 수 있었다. 술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줄었다”고 말했다.

숭실대 뿐만 아니라 타 대학에서도 팔찌를 활용한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18년 동국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인권팔찌’를 배부해 음주 거부 의사를 표현하도록 했다. ‘인권팔찌’는 신입생들이 술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편함과 사고를 예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팔찌를 이용해 완곡하게 의사를 표현한다는 점을 착안해 개발한 숭실대 ‘술 강권 금지 팔찌’는 세 가지 색상으로 모든 이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긍정적 반응은 물론, 타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좋은 아이디어 같다. 우리도 도입했으면 좋겠다”, “더 건강한 대학가의 음주문화를 위해 ‘술 강권 금지 팔찌’와 같은 실질적인 해결책들을 모색해봐야 한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숭실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매년 대학교 오티에서 술 강권 문화 또는 새내기의 주량 조절 부족으로 술 관련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음주사고를 예방하고 아직 남아있는 술 강권 문화를 개선하고자 이 제도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총학 측은 “제도 시행 후 술을 강권하는 사람이 잘못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술자리 참여 시 부담이 적어졌다”며, “앞으로도 음주사고를 예방하고 모두 즐거운 술자리 문화 형성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 /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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