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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고시마 한 호텔의 따뜻한 배웅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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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해외 여행에서 숙소 결정은 아주 중요합니다. 위치는 물론 부대 시설 등 서비스 환경은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합니다. 보통은 인터넷 검색으로 호텔을 이용한 사람들의 평가와 숙박요금 등을 살펴보고 예약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전 정보를 잘 수집하고 요모조모를 따지더라도 실제 호텔에서 경험치와는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2월 중순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의 가고시마를 다녀왔습니다. 가고시마는 일본 규슈의 남부에 있는 조용한 소도시입니다. 낡았지만 푸근한 느낌을 주는 노면 전차 그리고 가고시마만(灣) 북부의 화산섬 사쿠라지마는 정상에서 여전히 분연(噴煙)을 뿜어내는 활화산 미나미다케산으로 인상적인 곳입니다.

숙소를 정할 때 사쿠라지마섬이 보이고 도심으로 셔틀버스를 제공하는 호텔을 찾았습니다. 가고시마 선 로열 호텔(이하 로열 호텔)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숙박요금도 괜찮았고 여행객들의 이용 후기도 좋았습니다. 온천이 나오는 목욕탕도 무료였습니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해외 호텔들은 대체로 '싼 게 비지떡'인 경우가 많고 알려진 정보와 다른 경우도 많으니까요.

가고시마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한 50분 정도 달려 로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변이 어둑어둑해진 초저녁이었습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근처의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서 온천욕을 하고 객실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이 호텔의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좀 오래된 호텔이라 시설은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침대도 크게 안락하진 않았습니다. 4성급 호텔로 표기돼 있었지만 대개의 일본 호텔처럼 객실은 큰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비교적 훌륭했습니다. 일본 가정식에 서양식까지 곁들일 수 있었습니다. 짧은 여정이라 호텔 경험은 객실, 부대시설인 온천욕장 그리고 식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했으니까요.

물론 호텔 온천욕장에서 사쿠라지마의 활화산이 눈에 들어온 것은 이색적이었습니다. 작은 도시이지만 아기자기한 볼 거리와 미각을 돋구는 신선한 음식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10여분 배를 타고 구석구석 돌아본 사쿠라지마의 비경도 좋았습니다. 사쿠라지마 선착장 앞에서 순환버스를 타며 사진을 찍을 만한 곳들에서 내려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된 것도 편했습니다. 과연 '관광대국'답구나,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정작 감동을 준 것은 사쿠라지마 같은 장엄한 자연도, 가고시마 시내에서 가성비 좋은 초밥도, 대중 교통 연계 관광지 연결 노선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틀을 묵고 호텔을 떠나는 날의 '인사'였습니다. 호텔 정문 근처 정류장에서 정확히 정해진 시각에 출발하는 미니 셔틀버스에 올랐습니다. 오전 시간이라 탑승객은 저와 일행들 뿐이었습니다. 버스는 호텔 앞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었습니다.

"다시 언제나 올까", 하며 버스 차창으로 호텔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저는 놀랐습니다. 두 명의 직원이 작은 플래카드를 들고 저희 쪽을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숙이고 배웅 인사를 했습니다. 밝은 표정을 한 채 손을 흔들었습니다. 버스가 신호를 받고 사거리를 통과해 꽤 멀리 갈 때까지 그 자리에서 계속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그 모습을 촬영하며 저도 모르게 "아, 대단하다"는 혼잣말이 터져나왔습니다. '관광 한국' 전략의 부재다, 한국관광엔 '쇼핑'말고 뭐가 있느냐, 제대로 된 역사 유적지가 없다, 바가지 상흔으로 국내관광이 해외관광보다 돈 더 든다 등등 그간에 들었던 한국 관광시장 관련 이야기들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로열 호텔에서 목격한 이 모습은 일본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떠올리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따뜻한 배웅 인사를 위해 호텔 직원들이 들었던 플래카드에는 "고맙습니다. (가고시마 사투리로) 수고하셨습니다. 또 가고시마로 오세요. 다시 뵙게 되길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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