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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이미지 세탁’… 세금 논란엔 침묵, 사회공헌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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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IT과학부 기자) 구글코리아는 요즘 바쁘다. 사회공헌 활동을 홍보하는 굵직한 행사를 연이어 열고 있다. 소외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주고, 창업가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개발자도 직접 키우겠다고 한다.

20일 열린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캠퍼스’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의 자선단체 구글닷오알지는 지난 2년 동안 중학생 1만명에게 매체 활용법을 교육했다고 소개했다. 이 사업을 위해 한국에 2017년 5억원, 지난해엔 10억원을 후원했다고 밝혔다. 올해부턴 다문화가정, 탈북가정, 장애 청소년도 교육 대상에 추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2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국내 앱(응용프로그램) 개발사를 지원하는 ‘창구(창업+구글)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대국민 오디션 방식으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100곳을 뽑아 사업 확장을 구글이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이달 6일에는 구글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소개하는 ‘AI 위드 구글 2019 코리아’라는 행사도 열렸다. 한국에서 머신러닝 교육을 확대해 5년 간 5만 명의 개발자를 직접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날 행사장에는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사진)이 나와 “구글은 대한민국과 함께 혁신하고 모두를 위한 AI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한다면 박수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구글의 이런 움직임을 바라보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반응이 썩 개운치만은 않아 보인다. 납세와 준법에 있어 ‘불통(不通)’으로 유명한 구글이라는 점에서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으로서 기본 의무는 지키지 않으면서 ‘이미지 세탁’에 열을 올린다는 격한 비난까지 나온다. 국내 IT 기업들도 코딩 교육, 소외계층 대상 기부, 스타트업 육성 등에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구글처럼 호텔에서 홍보행사를 여는 일은 거의 없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구글이 국내 과세당국에 신고한 매출액은 약 2600억원, 납부한 세금은 200억원 정도였다. 업계에서 구글의 국내 연매출을 3조~5조원으로 추산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기업 중 매출이 1조원을 넘고도 법인세 납부실적이 ‘0원’인 업체는 13곳에 달했다. 박 의원 측은 “구글코리아는 국내에 용역을 제공하지만 수익에 대한 과세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인 논란이 있다”며 “존 리 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구글의 매출과 세금에 대해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국내 실적을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돌려 ‘합법적 절세’를 하고 있다. 물론 구글뿐 아니라 애플, 에르메스, 샤넬 등 콧대 높은 외국계 기업들이 모두 즐겨 쓰는 방식이다.

다만 빠르게 국내 IT 생태계를 잠식하고 있는 구글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이 올해부터 한국을 포함한 지역별 매출을 공개하고 세금도 투명하게 내겠다고 선언한 것과도 대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4대 인터넷업체의 이용약관과 관련해 실태 점검을 벌였다. 페이스북과 카카오는 각각 5개, 네이버는 1개 조항에 불공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뒤 공정위 의견을 전부 받아들여 약관을 고쳤다. 반면 구글은 가장 많은 8개 조항을 지적받고도 4개 조항만 자진 시정했다. 공정위는 나머지 4개 조항에 대해 시정권고를 내렸고, 구글 측은 “공정위와 긴밀히 협의해 처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구글이 자진 시정에 난색을 표한 조항 중엔 최근 유튜브에서 논란이 거센 사항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유튜버들이 올린 방송을 일방적으로 삭제하거나, 회원 저작물에 대해 구글이 광범위한 이용권을 갖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구글의 한결같은 공식 입장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끝) /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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