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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북한에 전염 가능성....농림부, 양돈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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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몽골 베트남까지 번진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없고 치사율 100%인 '슈퍼 바이러스'

돼지 선물 시세 치솟고, 주식 시장 요동치지만
양돈업계 "한국 발병 시간문제..뚫리면 '돼지 없는 한국' 된다"

음식물 쓰레기·멧돼지로 옮기는데 방역 대책은 '미흡'
"국산 돼지 사라지고 삼겹살 1인분 5만원 시대될것"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35년. 1960년대 스페인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뒤 이를 박멸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3개월. 중국 북부에서 지난해 8월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으로 번지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중국은 현재 모돈(어미돼지)의 30%를 살처분했다. 공식적으로 100만 마리 이상이다. 10일. 중국 몽골에 이어 지난달 베트남으로 번진 돼지열병이 7개 지역으로 확산된 기간. 베트남에는 현재 북부와 남부 등 17개 지역으로 번지며 베트남의 양돈산업 자체가 완전히 붕괴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00%.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의 치사율이다. (구제역 치사율은 20%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8월 중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다. 전 세계 돼지의 50%를 사육하는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 중국에 돼지 살처분이 이어지자 한국에선 돈육 관련주가 들썩인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이 다른 나라의 돼지고기를 많이 먹게 될 것이고, 이는 국산 돼지 농가와 양돈 기업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실제 돼지고기 국제 선물 가격은 매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선진과 이지바이오, 우리손에프앤지 등 관련 기업의 주가도 상승세다. 하지만 양돈 농가의 표정은 다르다.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전문가들은 “한국에도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한 번 발병하면 앞으로 이 땅에서 돼지를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한다.

○ 사람이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로도 감염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감염된 돼지는 열이 나고 사료를 먹지 못하고, 피부에 푸른 반점과 충혈이 생긴 뒤 100% 죽는다. 바이러스는 고기를 얼린 상태에서 1000일, 소금으로 고기를 절인 상태에서도 1년 이상 살 수 있을 정도록 생존력이 뛰어나다.

감염 경로는 진드기, 야생멧돼지, 음식물쓰레기, 배설물, 각종 육가공품 등이다. 공기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4일 평택항으로 입국한 중국인 여행객의 소지품 중 소시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나왔다. 지난해에도 순대(2차례), 만두(1차례), 소시지(1차례) 등 중국 여행객이 국내로 들여온 돈육 가공품에서 4차례에 걸쳐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다. 사람은 바이러스가 검출된 돼지고기나 육가공품을 먹어도 문제 없다. 다만 사람이 먹다 남은 잔반을 돼지 사료로 주거나, 멧돼지의 분뇨를 들고양이 등이 옮기면 돼지는 곧장 감염된다. 중국산 육가공품의 전염 위험성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는 “별다른 대비책이 없는 게 가장 불안한 부분”이라며 “국경 방역을 철저히 하더라도 중국, 베트남과의 인적 교류가 많고 정부 방역의 사각지대를 통해 들어오는 돈육 가공품이 많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검역 요원을 올 초 7명 더 충원하고 각 지자체에 검역과 방역 등의 대책을 지시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달부터 중국 여행객이 몰리는 제주공항의 수화물에 대해 검역 전용 X-ray 모니터를 설치·운영하고, 검역탐지견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며 “외국인 밀집 지역 내 수입식품 판매점 및 인터넷의 축산물 불법 유통과 판매를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멧돼지가 숙주…“북한 번졌을 가능성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멧돼지가 숙주다. 유럽에서만 번졌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러시아의 멧돼지가 중국 국경을 넘으며 아시아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달 22일 북한 로동신문은 ‘축산부문을 위협하는 집짐승전염병’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아프리카돼지페스트는 전염성이 강하여 발병시간이 짧고 치사율은 거의 100%에 달해, 이를 막기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은 병에 걸린 돼지를 모조리 폐사시키는 것뿐이다”며 “세계 많은 나라 축산업체들에 (중략) 아프리카돼지페스트가 계속 전파되고 있고, 특히 아시아 나라들에서 그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로동신문이 단순한 이웃나라 소식을 전하는 매체가 아니라 국가 정책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발병을 했거나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 검역이 허술하고, 돼지고기나 사료의 밀무역이 일반적인 데다 야생멧돼지가 쉽게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이 같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개호 농림식품부 장관은 최근 “중국산 멧돼지가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로 넘어올 수 있기 때문에 멧돼지에 대한 수시 분변조사를 하고 있다”며 “국경차단을 원칙으로 하고 축산인들에게 중국 여행을 자제하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백신 없다…감염된 농장은 ‘회생불가’

양돈업계에서는 “한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면 돼지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 바이러스에 비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공기 중이나 물 속에 분해가 안 되고 구조가 복잡한 염기서열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에 단백질도 결합돼 있어 생존력이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가축전염병 발생 시 해당지역 반경 3㎞내의 농장까지 모두 폐사 조치 하도록 하고 있다.

한 번 발병한 농장은 돼지를 모두 폐사 시키더라도 다시 돼지농장으로의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통 구제역 등의 질병이 발생했을 때는 농장 안의 돼지를 폐사 시킨 뒤 소독을 다 끝내고 돼지를 다시 농장에 넣는 방법을 쓴다. 백신을 쓴 뒤 6개월이 지나면 입식이 가능해지는데 이를 ‘디팜(defarm)’이라고 한다. 한때 동유럽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돼지를 다시 입식했다가 돼지가 모두 죽어버린 일이 있었다.

경북 포항에서 송학농장을 운영하는 이한보름 대표는 “한국은 땅이 넓지 않고 농장과 농장이 다 가까이 붙어있는 모양이라 양돈 농가 밀집 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면 수십 년 간 돼지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양돈 농가 “돼지값 폭락에 ASF공포까지 이중고”

중국은 8억 5000마리의 돼지를 키운다. 한국은 사육 두수가 1000만 마리 정도다. 국내 양돈 산업 규모는 7조원대로 전체 축산업의 약 40%를 차지한다. 중국이 모돈 등을 폐사하면서 시장에는 약 10개월 뒤 그 충격이 전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어미 돼지가 폐사돼 출하되는 돼지량이 급감하면 중국이 전 세계 돼지를 빨아들일 것이라는 얘기다. 국제 돼지고기 가격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같은 전망에도 우리나라 농가는 울상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산 돼지고기가 한국으로 밀려들어오면서 국산 돼지고기 가격은 이미 폭락했다.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46만4000t으로 전년보다 26% 증가해 사상 최고치였다.

현재 양돈 농가에서 출하된 115㎏짜리 돼지 한 마리의 평균 가격은 27만5000원. 이 돼지를 키우는 데 들어간 생산원가는 평균 36만7000원이다. 돼지 한마리를 출하할 때마다 9만원 넘게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국산 돼지고기는 ㎏당 4달러지만 수입 돼지고기는 1.6달러 수준이다.

돼지값은 폭락했지만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수입업자들이 냉동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면서 올해 국산 돼지고기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돈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지만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중국, 베트남 등에 비싼 가격으로 돼지고기를 팔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만, 양돈 농가는 지금 발병을 막는 것이 더 급선무다”며 “덴마크 등 처럼 ASF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에 대형 철조망이라도 치자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끝) /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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