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검찰개혁 숙제'가 살린 박상기 법무부 장관. 롱런 비결은?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지난 1월 정부업무평가 미흡 받고도 유일하게 생존
청와대 인사검증절차 착수 등 교체 직전까지 가기도
조국과 국내 형법 권위자로 꼽혀...미완의 檢개혁 완수할까
검찰내부 반발없이 청와대 정책 보조 잘 맞춘다는 평가

(안대규 지식사회부 기자) 지난 7일 단행된 개각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살아남았습니다. 지난 1월 2018년도 정부업무평가 결과에서 현직 장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교체설이 나왔지만 유임된 것입니다. 당시 정부업무평가에서 법무부와 함께 ‘미흡’평가를 받은 교육, 환경, 고용노동부 등의 장관은 모두 교체된 상태입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박 장관의 교체설이 나오면서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 등이 차기 장관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실제 한 원장에 대한 청와대 인사검증 절차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유임으로 결정됐고, 박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살아남은 장관 3명 중 한명이 됐습니다.

취임 후 20개월째를 맞고 있는 박 장관은 오는 7월이면 취임 2주년을 맞게 됩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에 대해 실망하는 뉘앙스로 말을 해서 장관이 교체될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이 살아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박 장관은 작년 9월 단행된 소폭 개각때에도 ‘교체설’을 딛고 유임됐습니다. 박 장관은 그해 1월 가상화폐시장이 과열되자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상화폐는 경제와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해악이 매우 클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후 계속된 ‘교체설’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당시 가상화폐에 투자한 청년층의 반발을 사면서 청와대도 긴급 진화에 나섰습니다. 때문에 실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박 장관의 발언으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0%대에서 60%대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일각에선 박 장관의 발언이후 실제 가상화폐 가치가 급락해 오히려 투자자를 보호한 측면이 있다는 시각조차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박 장관의 발언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린 뒤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정치적 기법인 ‘발롱 데세(Ballon d’essai)’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정부 여당에 순기능도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박 장관이 여러차례 살아남은 배경에 대해 정부 여당과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검찰개혁 완수’요인이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 장관을 대체할 사람이 마땅치 않은 것도 이유입니다. 정부로서 선택지가 많지 않은 것이죠.

<검찰을 생각한다>의 저자이기도 한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은 야당의 협조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정치인이 맡을 수 없습니다. 법무부 장관 후보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같은 당 박범계 의원 등이 거론됐지만 마지막에 배제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수나 재야 변호사 중에 법무부 장관을 뽑으려해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국내 형법과 형사정책의 권위자로 꼽히는 박 장관을 대체할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후문입니다.

연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해온 박 장관은 사석에서 조국 수석과 친분이 깊다고 발언할 정도로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을 책임진 행정부 수장간 콤비가 잘맞는 것도 유임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 관계자는 “박 장관의 인사 이동이 있더라도 조 수석과 ‘한 세트’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수석 역시 최근 인터넷방송에 나와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이 완수될때까지는 자신을 놔주지 않을 것 같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장관으로서 별다른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청와대의 정책과 보조를 잘 맞춘다는 점도 ‘장수’의 비결로 꼽힙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끌어내면서 문무일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아 작년과 올해 두 차례 ‘패싱’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검찰 내부의 조직적 반발은 보이지 않습니다.

청와대 입장에선 박 장관이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제식구(검찰)만을 감싸지 않으면서도 법무부 탈검찰화 등 개혁과제를 내부 조율을 거쳐 잘 이끌어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사회적으로 ‘미투’운동과 서울 혜화동 집회가 커졌을 때에도 성폭력·불법촬영(몰카) 범죄에 대한 엄벌 방침을 밝혀 문 대통령의 20·30대 여성 지지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업적을 남기진 않았지만 인권개선에 집중하면서 검찰과 청와대 등 관계기관 조율을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끝) / powerzanic@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