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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리 가라앉은 두산건설, 유상증자 이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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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대한 자본시장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처음엔 이 회사가 또 한 번 대규모 손실 이후 대규모 증자 카드를 꺼냈다는 점이, 그 이후엔 두산그룹의 자금수혈이 다시 반복된다는 점이 화두에 올랐습니다.

두산건설은 오는 5월 주주들을 상대로 4200억원어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5517억원 규모 순손실이 발생한 여파로 급격히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또 다시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실권주가 발생하면 매수주문 물량만큼만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주주들의 증자 참여가 부진해도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이 실권주를 떠안는 부담을 질 필요가 없는 방식입니다.

이 회사를 둘러싼 상황만 보면 이번 증자의 성공을 점치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어닝쇼크’로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데다 대량의 신주발행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 우려까지 커졌기 때문입니다. 2011년부터 수차례 반복된 증자와 자산 매각에도 회사가 살아나지 못했다는 실망감도 더 깊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두산건설이 제시한 신주 발행가격은 1255원으로 기준주가(2월13~20일 중 최저치) 대비 15% 할인된 수준에 불과합니다. 높은 할인율을 제시해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란 당초 전망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증자 계획 공시 이후 주가가 1395원(8일 종가 기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만약 청약일까지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면 주주들은 신주 가격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선 두산건설이 애초부터 소액주주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증자 계획을 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주가 하락 폭을 키우기보다는 모회사의 지원 하에 기업가치를 조금이라도 지켜내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두산건설의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은 이미 소액주주에 배정된 신주물량까지도 모두 사들일 수 있다고 약속했습니다.

두산중공업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해 출자하기로 한 금액은 3000억원. 이번 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물량을 뺀 나머지 신주(2억3904만3825주)의 가격과 같습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두산건설 주식 7393만1883주(전환상환우선주 포함 지분율 73.38%)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2681만535주(26.61%)는 약 1만4000명의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습니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은 우리사주조합의 증자 참여만 어느 정도 확보하면 목표로 한 금액 대부분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정황을 고려하면 유상증자 이후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지분율이 대폭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두산건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증자에서 두산중공업이 소액주주에 배정된 물량까지 모두 사들이면 이 회사의 두산건설 지분은 92.11%까지 늘게 됩니다. 유통주식 물량이 적은 ‘품절주’ 대열에 합류할 뿐만 아니라 상장폐지될 가능성까지 생기는 것입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규정상 소액주주 수가 200명 미만이면서 소액주주 지분율이 10% 미만인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2년 연속 소액주주 주식이 200만주를 밑돌고 지분이 10% 미만이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됩니다.

최대주주 지분이 95% 이상이면 소액주주 보유 지분을 모두 강제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소액주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할 자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두산건설 관계자는 “이번 증자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본 확충”이라며 “소액주주 수가 많기 때문에 두산중공업 보유 지분이 대폭 늘더라도 상장폐지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습니다.

두산건설이 유상증자 이후 반등에 성공해 소액주주들과 기쁨을 함께 누릴지, 이들과 끝내 결별 수순을 밟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끝)/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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