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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탄생한 국내 최초 과자 '연양갱', 피난길 가마솥 옮겨가며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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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해태제과의 ‘연양갱’은 국내 최초의 과자다. 1945년 개발됐다. 지난 74년간 단 한 번도 생산이 중단된 적 없다. 고급 디저트 시장이 열리며 최근 4~5년새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180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35억 개, 약 7100억원어치가 팔렸다.

연양갱 개발에는 사연이 있다. 당시는 감자, 고구마와 같은 간식도 귀했던 시절이다. 과자라는 개념도 거의 없었다. 포장지는 가마니나 계란꾸러미, 나무껍질 등이 전부였다. 고(故)박병규 해태제과 창업주는 1950년대 부산 등으로 피난을 가면서도 양갱 솥과 보일러를 들고 다녔다. 그는 일제 강점기 시절 제과회사를 다니며 쌓은 노하우로 “굶주린 국민들 배를 채워주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연양갱은 전통음식인 도토리묵처럼 팥을 묵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연양갱은 서울 남영동 해태제과 본사 자리에 있던 공장에서 처음 생산됐다. 광복 직후 제조 설비와 원재료가 귀하던 때였기 때문에 가마솥에 팥앙금과 한천을 넣어 졸이는 전통 방식을 적용했다. 가격은 당시 버스 요금보다 비싼 50환(1환=1원), 100환이었기 때문에 고급 과자로 불렸다.

연양갱은 74년 동안 단 한번도 생산이 중단된 적 없다.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해태제과 임직원들은 대전, 대구, 부산 등으로 생산설비를 들고 다니며 지켰다. 휴전 때까지 부산 현지에서 연양갱을 생산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다른 과자가 많이 출시된 1980년대에도 별도의 광고 없이 연양갱은 월 2억원 이상 꾸준히 팔렸다. 2014년 이후 ‘고급 디저트’가 각광 받으면서 2017년까지 해마다 4%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10.4%늘어난 180억원이었다.

지난해 연양갱이 성장한 배경은 제품 다각화다. 연양갱은 1945년 출시된 이후 60여 년간 오리지널 팥맛을 고수했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는 호두연양갱, 홍삼연양갱, 꿀연양갱, 검은깨연양갱, 상황버섯연양갱, 단호박연양갱 등 건강재료를 쓴 2세대 연양갱이 출시됐다. 이 기간에는 등산, 마라톤 등 레저 열풍이 불면서 간식으로도 인기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젊은 층의 입맛에 맞추거나 재미를 더한 제품을 대거 내놨다. 망고연양갱, 다방커피연양갱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설 명절 선물로 한정판 '연양갱 선물세트'를 출시하고, 아이스크림으로 즐기는 ‘연양갱바’도 내놨다.

해태의 원조 연양갱은 다른 제과회사의 제품과의 경쟁에서 여전히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독보적 1위 제품이다. 롯데제과는 칠곡연양갱, 박찬회연양갱 등을 내놓았고, 크라운 역시 짜먹는 양갱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지만 오리지널 제품을 따라오지는 못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연양갱은 지금까지 약 35억 개가 팔려 국민 1인당 68개씩 이 과자를 먹은 셈”이라며 “중장년층에게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던 과자로, 젊은 층에게는 다양한 재미와 맛으로 승부하는 과자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끝) /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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