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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미·북 정상회담 D-5...'하노이 담판' 최대 목표는 미·북 워킹그룹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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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정치부 기자)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선언’의 공과(功過)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동북아시아 역사의 흐름을 바꿀만한 이정표라는 환호에서부터 실속없는 ‘정치적 쇼’였다는 비아냥까지 평가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싱가포르 선언’ 이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까지 약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이 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톱 다운’식 합의를 해놓고도 미·북이 후속 실무협상을 거의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4개 조항(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미·북 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에 합의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기둥만 세웠을 뿐, 집의 꼴을 갖추기 위한 기초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싱가포르에서 양국이 후속 실무협상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무협상의 주체가 누구인지에서부터 권한과 목표, 운영 기간 등 구체적인 항목들을 협상의 의제로 삼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얼떨결에’ 역사상 첫 만남을 가진 것이기에 싱가포르 회담의 불완전함은 어느 정도 변명의 여지가 있다. 미·북 양쪽 모두 협상을 위한 ‘합’을 맞출 시간이 필요했다.

미국만해도 8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임명함으로써 북한과의 실무협상 주체를 명확히 했다. 그 전까지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CIA 수장 출신으로 북핵에 관한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쌍두 마차’로 활약했는데 북측은 두 명 모두에게 거부감을 보였다. 볼턴은 ‘부시의 충복’이니 북한과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몇차례 방북에서 김정은에게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요구함으로써 신뢰를 잃었다.

북한은 지난달에야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를 협상의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국무위원회 부장인 그에게 대미 특별대표란 직함도 부여했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회피한 것인 지, 그렇지 못한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 것인 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북한 사정에 밝은 남북교류단체 관계자는 “작년 8월을 기점으로 평양 내부에서 치열한 노선 투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노선 폐기와 미·북 1차 정상회담의 성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는 얘기다. 작년 11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예정돼 있는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에 등장하지 않자 ‘김영철 실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일본 언론들은 북한 내부에서 엘리트 간부 50여 명이 숙청됐다고 보도했다.

미·북이 ‘하노이 담판’을 앞두고, 실무 협상의 주체를 정한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의미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적어도 싱가포르 때와는 달리 이번엔 정상 간 합의를 실행으로 이끌 실무협상단을 꾸릴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여러 차례 강조한 미·북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의 구성이 하노이 회담의 보이지 않는 핵심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청와대도 전일 김의겸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노이 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김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정상회담은 대단히 원론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게 될 것입니다. 후속 조처들은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들을 담아야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듣고 아이디어를 구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노이에서 미·북 정상이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 지 관심이 크다. 회담 무용론까지 등장하는 등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이를 잠재우려면 북한 비핵화의 입구와 출구를 명확히 한 로드맵과 시간표가 필수다. 확실한 ‘멘데이트’를 받은 미·북 워킹그룹이 출범하느냐를 지켜봐야 하노이 회담의 공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끝)/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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