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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투자 발표했다 꼬리내린 부광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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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부광약품이 8일 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가 잘못된 내용이라고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안트로젠 지분을 매각한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확정되지 않은 투자 액수를 발표하고 보는 제약사들의 행태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부광약품은 회사 내외부 자금을 동원해 5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오픈이노베이션은 제약사들이 대학이나 연구소, 바이오벤처 등과 유망한 후보물질이나 기술을 공동연구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최근 유한양행이 이같은 방식으로 도입한 신약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잇달아 기술수출하면서 ‘잭팟’을 터뜨렸죠.

부광약품은 세계 유수 연구기관과 바이오벤처들과 신약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인수합병, 지분참여, 조인트벤처 설립, 연구협력, 라이센싱, 공동개발, 투자 등 다양한 옵션을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지금까지와 같은 지분 투자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모델을 통해 유망한 전문 연구기관, 유럽과 일본을 포함한 신약 개발 선진국의 여러 바이오 벤처들과 협상 중에 있다”며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 및 적정 규모의 글로벌 인수 합병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부광약품이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그동안의 성공 사례가 바탕이 됐습니다. 부광약품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뒀습니다. 편두통치료제 신약 개발사인 콜루시드, 항암제 개발업체인 오르카파마,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 중인 LSKB, 국내 신약개발 전문업체인 아이진, 안트로젠 등에 투자해 성공했죠. 나스닥 상장 희귀질환 전문업체인 에이서, 덴마크 자회사인 콘테라파마를 비롯해 OCI와 세운 조인트벤처 비앤오바이오, 항암제 개발 플랫폼을 보유한 다이나세라퓨틱스 등 신약개발 업체에도 투자했습니다. 이같은 성과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부광약품의 매출은 전년대비 29%, 영업이익은 361%, 당기순이익은 1233% 성장했습니다. 자산 및 자본도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창출된 수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지속가능한 신약개발 모델을 구축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업계는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는 회사의 의도는 좋지만 앞서나갔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부광약품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투자 자산 2000억원의 2배가 넘는 오픈이노베이션 계획을 발표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부광약품은 결국 5000억원을 수천억원으로 수정했는데요. ‘수년 내 수천억원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겠다’는 애매모호한 결론만 남겼습니다. 유한양행의 성공 이후 제약바이오회사들이 확정되지 않은 오픈이노베이션 계획을 남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투자 계획도 공시 대상으로 지정해야할지도 모릅니다. (끝)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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