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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원조 유니콘’ 옐로모바일의 굴욕… 文대통령 ‘유니콘 간담회’ 초대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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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기업가치 최근 많이 하락해 뺐다”

(임현우 IT과학부 기자)“유니콘의 기준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데, 옐로모바일은 최근 기업가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회사는 빠진 상태로 진행했습니다.”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 직후 이어진 언론 브리핑.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국내 유니콘 기업 중 옐로모바일만 참석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의 유니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는 여섯 곳이 꼽힌다. ‘로켓배송’의 쿠팡, ‘배달의 민족’의 우아한형제들,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옛 블루홀), 화장품업체 L&P코스메틱스, 그리고 일명 ‘스타트업 연합군’으로 알려진 옐로모바일이다.

이날 김범석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스 회장은 유니콘 기업인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역시 정부 측 4차산업혁명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왜 옐로모바일만 없느냐’는 질문이 나올 법 했다.

2012년 창업한 옐로모바일은 사세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최전성기를 누리던 2014년, 4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유니콘이 된 비바리퍼블리카보다 4년 앞선다. 그러나 이후 몸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금은 유니콘 기준(10억달러)에 한참 못미친다는 평을 받는다. 유니콘 명단에서 공식 삭제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옐로모바일이 안그래도 각종 ‘위기설’로 빛이 많이 바랬는데 청와대가 쐐기를 박은 모양새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회사는 인수 대상 스타트업의 지분 취득 대가로 옐로모바일 지분 일부를 나눠주는 ‘지분 스와프(맞교환)’ 방식을 들고나와 주목받았다. 현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인수합병(M&A)을 줄줄이 이어가 계열사를 늘리는 전략이었다. 이 때문에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벤처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계열사가 한때 130여개에 이르기도 했다.

옐로모바일이 등장한 시점은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와 앱(응용프로그램) 기반의 스타트업이 쏟아지던 때다. 유망 벤처를 대거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막강한 ‘모바일 종합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청사진이었다. 당시에도 지분 교환 방식의 M&A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옐로모바일의 사세 확장을 놓고 “사기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옐로모바일 측은 유명 벤처캐피털(VC)에서 잇따라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며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듯 했다.

문제는 호언장담하던 ‘시너지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케팅 비용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은 쇼핑정보 서비스 ‘쿠차’와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피키캐스트’ 등이 업계 지배사업자에 오르는 데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평가도 냉담해지기 시작했다. 배경과 철학이 서로 다른 창업자들이 뒤섞이면서 경영 전략을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기업공개(IPO) 방침을 밝혔지만, 약속한 시점은 야금야금 미뤄지기만 했다. 지난해 4월 회계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은 사건은 위기설에 기름을 부었다. 당시 삼일 측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장기간 공석이고, 검증을 위한 기본적인 회계자료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계속 자금을 유치해 덩치를 불려야만 살아남는 구조였던 옐로모바일로서는 신뢰도에 ‘치명타’를 맞은 셈이다. 기업 인수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M&A가 무산되거나, 자회사로부터 금전 문제로 소송을 당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옐로모바일이 단기간에 너무 무리한 확장을 이어간 데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뒷말이 많았다”며 “한때는 논란이 거셌지만 언젠가부턴 관심권에서 아예 멀어져버린 분위기”라고 했다.

옐로모바일은 최근 계열사를 대폭 줄이고 핀테크, 블록체인, 헬스케어 등 ‘뜨는 업종’ 중심으로 재편하는 등 자구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계열사는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옐로모바일 측은 경영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신사업·해외 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끝) /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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