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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여행객이 싫다며 '여행세' 도입하는 관광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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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일 국제부 기자) 세계 각국의 주요 관광도시들이 잇달아 ‘여행세’를 도입하고 있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현지 주민들과 갈등을 겪자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관광객 자체를 줄이겠다는 취지라기보다는 관광객에게 거둔 세금을 주민들을 위해 써서 여론을 달래려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세가 관광지 주민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 DPA통신에 따르면 베네치아시는 베네치아를 찾는 관광객에게 오는 5월부터 1인당 3유로(약 3800원)의 입장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최근 발표했다. 이탈리아 의회는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베네치아는 향후 입장료를 점진적으로 10유로(약 1만2800원)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해당 입장료는 다만 베네치아를 하루만 관광하는 당일치기 여행객만을 대상으로 한다. 호텔 투숙객은 면제된다.

과다한 여행객 문제를 해결하고자 세금을 도입하는 곳은 비단 베네치아 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지난 1월부터 출국하는 사람에 대해 국적에 상관 없이 1인당 1000엔(약 1만230원)을 부과하는 ‘출국세’를 도입했다. 인도네시아 발리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10달러(약 1만1250원)의 관광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파리,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은 지난 2년 사이 호텔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숙박세를 잇따라 도입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도 숙박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각 관광지의 지역자치단체에서는 여행세가 과다 관광객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세수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여행세가 여행객들이 발길을 끊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는 말이다. 베네치아의 입장료 부과 방침이 정해지자 잔 마르코 텐티나이오 이탈리아 농업·관광 장관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입장료는) 백해무익한 방법이다”며 “이탈리아는 관광을 반대하는 나라가 되고 싶은가”라고 비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여행세 도입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조세 수입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WP는 유명 자연 관광지를 방문하는 사람들로부터 여행세를 징수하고 수입 전액을 해당 지역 내 자연환경 관리와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쓰는 뉴질랜드를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베네치아도 도시 입장료 수익을 유적지의 보수·관리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여행세 도입을 발표하면서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WP는 지역 주민의 편의를 위한다는 여행세 도입 취지에 맞는 사용처가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특정 관광지에 사람이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관광지를 홍보하는 데 세 수입을 활용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WP는 여행객이 지역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세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세계 각지로 유명 관광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객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은 전년 대비 6.8% 늘었다. 숫자로는 총 13억명이 여행을 떠난 것으로,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6억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끝) / neil@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8(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