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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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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바이오의약품수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중국,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를 통틀어 우리와 경쟁할 상대는 없습니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크리스 첸 우시바이오로직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급부상하는 중국 최대 CDMO 기업이다. 지난해 중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에 총 18만 리터(L)의 생산 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해 글로벌 바이오업계를 놀라게 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묻자 “우리는 글로벌 바이오텍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신약도 배출했다”며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 기술력만 놓고 보면 우리와 삼성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자신감은 이날 IR 행사에서도 나타났다. 첸 CEO는 회사를 ‘글로벌 리딩 바이오 테크놀로지 플랫폼 컴퍼니’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FDA 허가를 받은 대만 타이메드의 에이즈 치료 신약 ‘트로가조’를 비롯해 글로벌 회사들과 협업 성과들도 발표했다.

그는 “현재 200여개의 글로벌 제약바이오회사들과 187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1년에 60건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개발 중인 항체 개발 플랫폼도 공개했다. 이어서 “최근 주목받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우리는 자체 플랫폼인 ‘우시바디’를 활용하고 있다”며 “35개의 다른 플랫폼으로 조만간 항체 의약품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00명의 과학자를 포함해 4000명의 고급 R&D 인력들이 우시바이오로직스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발표회장은 메인 행사장과 멀리 떨어진 별관에서 진행됐다. 그럼에도 100여명의 청중들로 가득 찼다. 첸 CEO는 투자자들의 질문에도 거침없이 대답하며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사태를 해명하는데 급급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발표 시작부터 10분 간 분식회계 판정을 받게 된 이유와 회계처리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민감한 숫자와 회계 용어들이 많았던 탓에 위축된 모습이었다. 분식회계 문제를 제외한 내용은 지난해와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3년 전부터 강조해온 세계 최대 규모의 CMO 생산 설비를 내세웠을 뿐 새로운 사업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당장 추가 투자나 신사업도 어려운 상황이다. 분식회계 결정으로 행정소송과 검찰 조사에 집중해야하는데다 4공장 건립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가장 큰 행사장인 그랜드볼룸을 배정받았지만 정작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내년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는 중국 바이오기업들이 그랜드볼룸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2022년까지 생산규모를 총 22만 리터로 확대하는 우시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중국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글로벌 진출도 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언제 세계 최대 타이틀을 빼앗길지 모른다. 셀트리온도 해외 공장을 발표했고 조만간 36만 리터 규모의 삼성을 넘어 50만 리터 규모의 초대형 CMO들이 하나 둘 생길 것이다. 게다가 생산 규모로 승부할 수 있는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2년 전 김 사장은 “중국은 10년 내 절대 위협이 될 수 없다. 1만 리터 이상의 바이오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이 없고 품질도 미국, 유럽 등의 기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삼성만이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기를 키울 뿐이다. (끝) /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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