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할 수 있어'와 '할 수 있을거야'의 차이를 아십니까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윤정현 문화부 기자) “헬조선 탓하지 말고 아세안 국가로 가라”는 발언으로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지난달 29일 결국 사퇴했습니다. 발언 하루 만에 물러난 겁니다. 김 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 중 설화(舌禍)로 물러난 첫 사례로 기록되게 됐습니다.

탈무드에 랍비가 두 제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좋은 것,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악하고 더러운 것을 각각 갖고 오라고 주문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 곳곳을 돌아다닌 두 제자는 상자를 하나씩 들고 랍비 앞에 섭니다. 가장 선하고 좋은 것이 담긴 상자에는 ‘혀’가 들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제자가 가져온 가장 악하고 더러운 것을 담은 상자. 거기에도 ‘혀’가 있었습니다.

한 치가 안 되는 혀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으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뱉어 내고 맙니다. 말이 주는 상처보다 더 오래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말보다 더 날카로운 칼도 없죠.

그 칼의 방향이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다면 그 상처는 치명적입니다. 말투 하나로 의외로 잘 되기 시작했다를 쓴 오시마 노부요리는 “대부분 무의식 주에 나오는 말투는 우리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다”며 “말투는 나와 내 주변 환경까지 영향을 미치는 큰 암시의 힘을 지녔다”고 강조합니다. 심리 상담치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25년 간 7만7000건의 임상 경험으로 확인한 말의 힘을 책에 풀어놓습니다. 그는 수많은 심리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상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에 주목했고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책이 그 말 속에 있음을 알게됐습니다.

‘할 수 있어’와 ‘할 수 있을 거야’는 많이 다를까요. 저자는 두 문장은 작은 차이가 있지만 행동이나 마음가짐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서술합니다. ‘난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면 마음이 무거워져 꼭 해야만 한다는 의무로 다가오는 반면 ‘할 수 있을 거야’는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단정하진 않습니다. 일단 해보고 재미있으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을 때도 ‘그 목표를 이루고 싶어’라는 말보다는 ‘그렇게 되면 좋겠어’라는 말투를 써보라고 제안합니다. 목표라는 단어를 쓰면 앞일을 생각해서 쉽게 불안해지지만 ‘그렇게 되면 좋겠어’라는 소박한 소원의 말을 쓰면 부담감이 훨씬 줄어든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오히려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살려 한계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자신을 다그치고 몰아붙여 정신무장을 하는 말보다는 놓아주고 풀어주며 다독이는 말이 훨씬 좋은 효과를 내게 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자신에게 건네는 말로 사소한 습관을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차피’ 안 됐던 나에서 ‘의외로’ 잘 되는 나로 바뀔 수 있음을 책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늘 나만 손해보는 것 같고 일이 자꾸 꼬이기만 한다고 여겨진다면 새해는 말투부터 바꿔보는 게 어떨까요. (끝) / hit@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