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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로 짚어보는 기업의 채용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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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잡앤조이) 어디서든 항상 말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잘 쓰고 취업도 잘 되는 사람들의 유형을 말하자면, 그들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고민을 깊이 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타협할 수 없는 기준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과 많이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기업들의 자소서 문항 중에는 '자신이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란 것도 있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회사의 분위기를 완벽히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 그 기업의 성격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실제 기업의 자소서 문항을 소개해보겠다.

나눔, 협력, 리더십 발휘 등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경험을 기술하여 주십시오. (예: 팀 프로젝트, 봉사활동, 동아리, 군 복무, 교회/선교 단체 활동 등) [300자 이상 1000자 이내]

아모텍의 자기소개서 문항 중 일부다. 사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늘려 수익을 내는 것이다. 나눔 활동(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기업의 CSR도 돈 쓰는 활동)은 사실상 돈을 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눔을 굳이 기업 채용의 첫 단계인 서류전형에서부터 묻는다는 것은 기업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시 이 회사의 설립자가 나눔을 강조하지 않았을까 싶다는 것. 그것이 종교적 이유든 아니면 개인적 이유든 말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선한 가치관"의 정의와 이러한 선한 가치관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던 사례에 대하여 기술해 주십시오. (최소 100자)

10월에 마감했던 본푸드서비스 문항 중 하나다. 좀 더 노골적으로 의사가 드러난다. 문제에서 시선을 강탈하는 단어 하나가 보인다. ‘선한 가치관’이다. 위 아모텍 문항에 있는 나눔도, 협력도, 리더십도 모두 선한 가치관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선(善)을 직접적으로 문항에 띄웠다는 것에서 이 역시 오너의 의지가 읽혀진다. 실제로 본그룹 같은 경우는 기독교 색채가 짙은 기업이다.

삶을 통해 이루고 싶은 인생의 비전 또는 목표 3가지를 우선순위 순으로 적어 주십시오. (각 문항당 120byte)

이랜드의 자소서 1번 문항이다. 저 문항만 보면 크게 느껴지는 것은 없지만 이랜드를 지원한다는 생각을 하고 저 문항을 바라보면 어떻게 써야 할지 대충 감이 잡힌다. 여기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칼럼을 통해 초지일관 말했듯 자신의 색깔을 잃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개인주의적으로 사고해 왔던 친구가 기독교가 뿌리인 이랜드에 지원한다고 해서 개인보다 우리를 생각하고, 어려운 이들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나와 회사의 접점을 찾아라’라는 것이다. 자신의 고집만 들이밀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하다. 왜 주요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정신을 직원들에게 심는 행위를 할까? 끄렇기에 설사 내 본성은 그렇지 않더라도 최면을 걸어야 한다. ‘나는 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다’ ‘나는 이 기업의 성격과 더없이 맞다’라는.

몇 가지 자소서 문항들에서 읽히는 뉘앙스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기업에 몸담는다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성격(도전, 전략 등)과는 거리가 멀다. 중요한 것은 이 기업들이 이 문항을 왜 내세우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업에 뽑히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끝) / 필자 이정준 씨는 L현재 아프리카TV에서 ‘하리하리의 다쓰자’ 개인방송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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