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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보통' 평가받은 방위사업청, 왕정홍 청장의 '멋쩍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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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정치부 기자) “아직은 부끄러운 수준이에요”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22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멋쩍은 듯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공교롭게도 국무조정실은 43개 중앙행정기관에 대한 ‘2018년도 정부업무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방사청은 평가 결과를 발표한 2014년 이래 처음으로 ‘보통’을 받았다. 2017년도까지는 4년 연속 ‘미흡’ 꼬리표를 달아야했다.

지난해 감사원 출신 왕 청장이 부임한 이후 방사청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화를 진행 중이다. 덕분에 권익위원회가 작년 말 발표한 공무원 청렴도지수에서 한단계 등급이 올라 4등급을 기록했다. ‘만년 꼴찌(5등급)’라는 멍에를 벗은 셈이다. 왕 청장은 이에 대해 “기저 효과일 뿐”이라며 “눈높이가 워낙 낮아서 좋아들하는데 좀 더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밖으로도 방사청의 변화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방사청은 방산기업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지체상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체상금 심의위원회(가칭)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왕 청장은 “방산현장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우선, 경영압박 및 실적저하의 원인이 되는 과다한 지체상금 문제를 개선하고자 전원 민간전문가로 구성되는 지체상금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절차를 통해 경영여건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체상금은 방위사업 계약 이행이 지연될 때 기업이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왕 청장은 “방산업체는 이미 생산된 물품을 납품하기보다는 주로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거나 체계결합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납기를 맞추기가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일반 상용품 구매의 경우와 동일한 국가계약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지체상금을 부과받는 금액이 많고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진단했다.

이런 진단에 기초해 왕 청장은 “방산업체에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원가 분야에 있어서도 올해 안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합리적인 개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외에 기술료 인하, 함정건조보험 제도 도입 등 방산업계의 반복되는 건의사항들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의 이런 변화에 대해 방위산업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정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규칙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접대와 뇌물의 경계가 모호한 ‘회색 비즈니스’의 영역인 글로벌 방위산업 분야의 특성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남은 과제다. 뒷돈을 주지 않아도 꼭 사가야할 무기를 만드는 길 밖엔 없다는 게 한결같은 목소리다. (끝) /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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