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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10여년만에 전화연결음 바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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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풍 노래 없애고 젊은층에 어필 노력
'가상화폐'발언으로 혼쭐난 박상기 장관 '심기일전'
강력한 성범죄 엄벌에 文 20~30대 여성 지지율 반등 이끌어

(안대규 지식사회부 기자) 법무부가 10여년만에 전화연결음을 바꿨습니다. 70대 가수가 트로트풍으로 부르는 노래의 기존 전화 연결음에 대해 일부 젊은층이 거부감을 느낀다는 지적에 따라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7년 7월 박상기 장관 취임 후 법무부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여집니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부처내 검찰, 법무, 교정, 출입국 등 부서에서 2008년 4월부터 사용하던 전화연결음을 10년 8개월만인 지난달(2018년말) 바꿨습니다. 기존 전화연결음은 가수 윤형주씨가 부른 ‘지킬수록 기분 좋은 기본’라는 제목의 법질서 송입니다.

민원인들이 검찰 교정 등 업무 문의 관련 법무부에 전화를 걸면 ‘법은 어렵지 않아요./법은 불편하지도 않아요./법은 우릴 도와주어요./법은 우리를 지켜주어요’등 가사의 노래가 구수하게 흐릅니다. 이 노래는 구치소 기상송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작년 3월 헌정 사상 세 번째로 구속되면서 네티즌 사이에선 “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이 아침마다 듣게 될 노래’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현재 구치소나 교도소에선 아직도 이 노래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법무부에 전화할때마다 이 노래를 들어야 하는 일반 국민들은 70대 목소리의 트로트풍 노래에 대해 일부 젊은층을 중심으로 거부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임 2년차인 박상기 장관이 10여년 동안 지속된 이 전화연결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된 것이죠. 바뀐 전화연결음에는 박상기 장관이 평소 강조하는 ‘공정’, ‘정의’, ‘인권’이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실제 법무부에 전화를 걸어보니 음악과 함께 여성 성우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인권이 존중 받는 사회. 법무부가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옵니다. 전 연령층이 듣기에 ‘튀지 않으면서도 무난한’, 전형적인 정부 부처의 전화연결음이 된 것이죠.

법조계에선 박상기 장관이 젊은층을 의식해 법무부의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노력의 일환 아니냐는 평가입니다. 박 장관은 지난해 1월 가상화폐 거래소를 패쇄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20~30대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당시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7만명 이상이 참여하면서 법무부는 결국 청와대의 뜻대로 ‘백기’를 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이 여파로 문 대통령의 20~30대 지지율도 영향을 받았고, 한동안 박 장관은 ‘교체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문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는데 성공한 박 장관은 성폭력·불법촬영(몰카) 범죄에 대한 엄벌 방침을 잇따라 밝히면서 문 대통령이 20~30대 여성 지지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의식의 전환과 함께 시대변화를 법무정책에 담아내야 한다”며 “2019년은 한반도를 평화와 번영의 땅으로 만들어간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를 실천하는 역사적인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전화연결음이라는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앞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법무부가 되길 기대합니다. (끝)/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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