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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강단 없다"는 손혜원의 '강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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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영 경제부 기자) 페이스북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게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한 가증스러운 사기꾼”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가 글을 삭제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4일 입을 열었습니다. 전날 손 의원의 근거 없는 주장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자 하루만에 내놓은 해명입니다.

전날 손 의원은 신 전 사무관의 잠적 이유에 대한 자신의 ‘추측’을 담은 글을 올렸습니다. 신 전 사무관을 ‘단기간에 큰 돈을 벌기 위해 사기 행각을 벌인 가증스러운 자’로 묘사하고, 그가 돈을 위해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주장이었지요. 다음날 아침 신 전 사무관은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겨놓고 사라졌습니다. 경찰에 발견된 그의 목에는 줄에 졸린 듯한 찰과상이 선명했다고 합니다.

손 의원이 올린 글에는 “신재민에게 가장 급한 것은 돈!!”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내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등의 자극적인 표현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이 공익제보를 하겠다고 나선 일개 전직 공무원을 매도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날 페이스북에서 손 의원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신 전 사무관 관련 글을 올린 이유는 순수한 공익제보자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많았고, 글을 내린 이유는 본인이 한 행동을 책임질 만한 강단이 없는 사람이라 더 이상 거론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적었죠.

전날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한 설명에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렸던린 억측 외에 ‘순수한 공익제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많았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대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더 내놓을 수 있는 사실관계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글을 삭제한 이유를 해명하는 대목을 읽다 보면 더욱 의아해집니다. 손 의원이 주장하는 ‘강단’이 과연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어서지요. 손 의원 말마따나 ‘청춘의 10년을 공부에만 전념해 얻은’ 보장된 미래를 던지고 공익제보에 나선 전직 공무원이 과연 강단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손 의원이야말로 과연 본인이 한 말에 책임질 만한 강단을 갖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를 판단하려면 몇 가지 사례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손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감독을 불러 “금메달 따는 것이 쉬운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질타하며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별다른 사과는 없었지요. 본인의 비판 기사에 대해서는 “소설치고 참 재미없네요”라며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선동열 감독은 갑작스럽게 자진 사퇴를 선언했지요.

2016년에는 경북 성주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돼 왜곡된 내용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전자파에 튀겨진 니 모습을 바라보면서”,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거 같아 싫어” 등의 과학적 근거가 없는 가사였지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사드 4기가 임시 배치되고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인체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손 의원은 이에 대해선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사실 손 의원은 좀처럼 사과다운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4월 15일에는 페이스북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본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사람들’의 등수를 매겼습니다. 지역구인 마포구 주민들은 4등이었지요. 1등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었습니다. “시간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라는게 손 의원의 해명이었습니다. 2017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장례식장에서 ‘따봉’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가 논란이 되자, “호상으로 장수를 누리신 할머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기쁘게 보내자는 봉사자들의 뜻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손 의원이 본인의 실언에 대해 드물게 강단을 보인 적이 있긴 합니다. 그는 2017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은 계산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페이스북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사과했고,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 홍보 부본부장직에서도 사퇴했지요.

이번에는 과연 손 의원이 ‘강단’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끝) /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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