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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법조계에서 보는 '폭로자' 前 기재부 사무관의 처벌 가능성?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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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지식사회부 기자)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로 정국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KT&G 사장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던가 1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바이백)을 하루 전날 취소하도록 유도했고 박근혜 정부의 실적이 좋아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국채를 발행했다는 등의 주장은 설마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정부는 아니라고 펄쩍 뛰고 있습니다. 급기야 공무상 비밀엄수 의무 위반과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으로 고발까지 했습니다.

기재부의 고발로 신 전 기재부 사무관은 실제 처벌을 받게 될까요. 법조계에서는 신중한 반응이 나옵니다.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느냐를 두고 다툼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는 이유에섭니다. 취재를 해보니 유죄를 받기 어려울 수 있겠다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먼저 관련 규정을 찾아볼까요. 국가공무원법 제60조에서는 ‘공무원은 재직기간이나 퇴직 이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에는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선언적인 수준입니다.

국가공무원법에서 벌칙을 부과하고 있는 조항은 제84조(정치 운동의 금지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와 제84조의2(시험 또는 임용의 방해행위 금지, 인사에 관한 부정행위 금지, 집단 행위의 금지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밖에 없습니다.

처벌이 가능한 조항은 형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형법 제127조는 전·현직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할 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 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직무상 비밀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대형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부장판사 출신의 형사 전문 변호사는 “법원에서 인정하는 공무상 비밀은 엄격할 수 있다”며 “재판에 들어가면 신 전 사무관의 폭로가 비밀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안이냐에서부터 치열한 다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어느 공무원이 정부가 작성한 합의서를 공개해 공무상 비밀엄수 의무 위반으로 유죄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이 때는 합의서 안에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신 전 사무관이 이야기한 내용이 비밀의 범주에 있다는 것을 밝히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살다보면 직장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외부인들에게 하기 마련인데, 그런 말들을 전부 공무상 비밀로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상당수 공무원들이 기자들에게 사석에서 ‘비밀’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죠.

따라서 법정에서는 신 전 사무관의 발언이 엄밀한 의미에서 공무상 비밀로 규정된 것인지 따져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신 전 사무관의 발언이 비밀로 분류된 사안인가부터 검찰이 증명을 해야겠죠.

또 다른 고발 내용은 공공기록물 관리법 제51조와 관련돼 있습니다. 이 조항에서는 정부 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하거나 유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공공기록물 관리법 적용 여부가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적용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제2조(적용 범위) 이 법은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접수한 기록물과 개인 또는 단체가 생산·취득한 기록정보 자료(공공기관이 소유·관리하는 기록정보 자료를 포함한다) 중 국가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기록정보 자료 등 공공기록물에 대하여 적용한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가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이라는 문구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KT&G 사장 교체와 관련된 기재부의 대외비 문서를 국가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기록정보 자료로 생각하시는지요. 법조계에서는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부정한 목적의 문서는 그 자체로 불법이거나 폭로의 대상이지 공무상 비밀이 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이 기재부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한 변호사는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는 법정에서 그 진실을 가려야 하는 범죄여서 기재부로서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런 것 때문에 고발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 전 사무관은 과연 처벌을 받게 될까요. 저는 기재부가 처벌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사태 수습 차원에서 고발을 진행한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됐습니다. (끝)/cosmo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