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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시장에 부는 거센 'AI'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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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윤 산업부 기자) 올해는 채용시장에 ‘AI(인공지능) 바람’이 세차게 분 한해였다. 롯데그룹은 상반기부터 AI를 통한 서류전형을 시작했고, SK하이닉스는 SK C&C가 개발한 AI 채용 시스템을 올 상반기 공채에 도입했다. 하반기부터는 더 많은 기업들이 AI채용을 잇따라 도입했다. KB국민은행, KB증권, KT, 기아자동차, CJ, BGF리테일, JW중외제약,한미약품, 일동제약 등이 채용시 AI시스템을 이용했다. 이렇게 기업들이 AI채용을 잇따라 도입한 배경에는 채용비리 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도 포함됐다.

AI채용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이슈였다. 일본 리크루트 캐리어가 지난 2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0.4%는 이미 신입사원 채용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었고 7.5%는 새 사원을 뽑는데 AI의 '손'을 빌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아마존은 AI채용으로 인한 ‘여성 차별’논란이 일기도 했다.

◆SK,롯데 등 잇단 AI채용 도입

지난 3월 7일 오후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에 있는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마이다스아이티 ‘AI(인공지능)면접’공개 현장에는 기업의 인사담당자 500여명이 몰렸다. 그만큼 AI채용에 대해 기업들이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마이다스아이트는 인공지능 기반 채용토탈 솔루션 ‘인에어’를 이날 공개했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때 처음 AI면접을 실시한 경험이 있는 마이다스아이티는 △채용기간 절반 단축 △우수인재의 수시채용 △지원자 수 대폭 증가 등의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롯데는 올 상반기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정보통신·대홍기획 등 6개사를 대상으로 AI 채용을 시범 도입했다. 상반기 채용에서 △필요인재 부합도 △직무적합도 △자기소개서 표절 여부 등 세 가지 영역에서 AI를 활용했다. 롯데는 하반기에는 AI채용을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공채 서류전형을 주관한 롯데 관계자는 “필요인재 부합도에서 고득점을 얻은 지원자가 직무면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AI를 활용해 보니 지난해 10여 일 걸리던 자기소개서 검토 시간이 8시간으로 줄어들었다”며 “인사담당자의 주관적 판단을 최소화하고 같은 기준과 잣대로 평가해 공정성과 객관적 신뢰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SK는 앞선 사례들과 달리 AI가 기존 자기소개서 대신 인사 담당자들이 직접 만든 문장들을 학습했다. 계열사별 인사 담당자들이 자기소개서 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창작한 문장들을 모아 기업이 원하는 고유의 인재상 데이터를 구축했다. BGF리테일은 서류 심사에만 도입했던 AI 시스템을 올 하반기엔 직무 적합성 분석까지 확대했다. 상반기 서류 심사에선 7% 안팎의 지원자들이 AI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BGF리테일은 지금까지 공개된 논문과 문헌, 기존 합격자의 자기소개서 등과 비교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30% 이상 문장이 일치하면 표절로 잡아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채용 국내외 논란

기업들의 갑작스런 AI채용으로 논란도 이어졌다. 도입초기다 보니 취업 커뮤니티에는 “AI 채용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막막하다” “열심히 취업준비를 했는데 AI에게 뒤통수 맞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심지어 취업준비생들은 ‘AI면접 스터디 모집’을 하면서 AI채용이 또 다른 스펙쌓기용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AI채용을 도입했던 기업들도 “처음 도입하면서 AI채용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보니 어느정도까지 활용해야 하는지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AI채용을 도입한 기업들도 평가의 보조자료로 활용 하는 등 완전 도입까지는 망설이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기업들도 올해는 AI채용을 어느부분까지 활용을 했는지 명확히 답을 내놓지 못한 해였다.

AI채용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미국의 아마존 채용에서도 논란이 됐다. 2014년부터 비밀리에 AI를 활용한 채용 프로그램을 개발해오다 내부에서 여성차별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자체 폐기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IT(정보기술) 기업 특성상 지원자 중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축적된 데이터에 의해 AI가 ‘남성 편향적’으로 서류합격을 시킨 것이다. ‘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거나 심지어 동호회 활동에 ‘여성 체스 클럽’ 같은 어구가 포함돼 있으면 채용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런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AI채용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채용에서 시간을 단축하고 채용비리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끝)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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