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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같다'고 조롱당하던 에어팟의 품귀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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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 중소기업부 기자) 애플의 블루투스 이어폰인 ‘에어팟'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동났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매장 수십 곳에 전화를 돌렸지만 “재고가 없다”는 답만 받았습니다.

한 매장의 판매 직원은 “연휴를 앞두고 선물을 하기 위한 수요가 늘면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됐다”고 했습니다. 20만원대 고가 이어폰을 ’재고가 없어서 못사는’ 상황이 약간 당황스러웠습니다. 선물할 타이밍을 놓치고 일시적 현상은 아닐까 싶어 27일 전화를 몇군데 돌려봤습니다. 대부분의 매장은 재고가 없다고 했습니다. 딱 한군데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는 재고가 몇개 남아 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에어팟 품귀 현상을 보자니 처음 제품이 나온 2년 전 생각이 납니다. 애플이 2016년 9월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을 발표할 당시 국내 여론은 비관적이었습니다. ‘콩나물 대가리’처럼 생소한 디자인 탓에 비판과 조롱이 쏟아졌습니다. ‘전동칫솔 대가리', ‘담배’, ‘샤워기’ 등 에어팟은 출시 전부터 놀림거리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보청기냐”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에어팟은 2017년 상반기 국내 출시 이후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습니다. 출시 이전 혹평과 달리 실사용자들로부터 ‘의외로 좋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생각보다 귀에서 잘 빠지지 않고, 배터리도 오래가며, 음질도 괜찮다”는 평가가 줄을 잇습니다. 혹자는 “에어팟을 사고 나서 후회했다. (진작에 왜 사지 않았을까) 후회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지난달 1일 특가로 판매한 에어팟은 판매 시작 1분 만에 1000개가 매진됐습니다.

지금도 에어팟의 디자인을 두고 “이쁘다", “멋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구매 후에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와 쉽게 연결되는데다 ‘무선’이 주는 편리함 때문입니다.

이어폰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꼬인 줄을 풀어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음질을 위해 큰맘 먹고 산 고가의 이어폰이 단선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반면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은 이런 ‘불안'으로 부터 해방시켜줍니다. 에어팟을 써본 주변 동료는 “다시는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전자기기 시장에서 무선의 힘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미국의 모토로라가 1983년 최초의 상업용 휴대전화를 출시한 이후 전세계 통신의 표준은 바뀌었습니다. 영국의 다이슨에서 먼지봉투 없는 무선 청소기를 출시하자 세계 시장에서 무선 청소기가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에어팟’이라는 단어를 치면 2~3만원대 짝퉁 상품을 수도 없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뱅앤울룹슨 같은 고가 브랜드에서도 블루투스 이어폰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애플의 에어팟 출시 이후에 “이어폰 시장이 겪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과장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끝) /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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