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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차입금 조달에 발끈한 KCGI...감사위원회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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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 마켓인사이트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한 행동주의 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와 한진그룹이 한진칼의 차입금 조달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KCGI는 이사회와 감사를 자기 사람으로만 채우려는 한진그룹의 ‘꼼수’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진그룹은 정상적 경영활동의 하나라고 해명했습니다.

한진칼이 차입금을 늘린 이유와 그 파장이 어느 정도길래 양측이 설전을 주고 받는 것일까요. 그 배경을 파악하려면 상법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은 상근 감사를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대신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한진칼은 지난 5일 금융회사들로부터 1600억원을 단기차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차입이 마무리되면 한진칼의 자산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1조9134억원에서 2조734억원으로 불어납니다. 자산이 2조원을 웃돈 만큼 상법에 따라 한진칼은 상근 감사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합니다. 감사 선출에서 감사위원회 구성으로 감사 선임 방식이 바뀌면 이들 감사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 의결권이 한층 불어납니다.

통상 상근 감사를 주총에서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 모두 3%로 묶입니다.(상법 542조의12 제3항) 이른바 ‘3%룰’입니다. 이에 따라 한진칼 최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28.95%)의 의결권은 3.0%로 줄어듭니다. 최대주주는 물론 일반주주의 의결권도 최대 3.0%까지만 인정됩니다.(상법 409조 2항) 한진칼 지분 9.0%를 보유한 KCGI 의결권도 3.0%로 묶이는 것입니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감사 선임 과정에서 최대주주 의결권만 3%로 묶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상근 감사를 선임한다면 한진칼과 KCGI는 같은 3% 의결권을 놓고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대주주와의 지분율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KCGI가 다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에선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감사위원회는 통상 사외이사 가운데 선임합니다. 사외이사는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하는데 ‘3%룰’ 제약이 없습니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28.95%를 오롯이 활용합니다. 감사위원회 위원 자리는 최대주주의 이해를 반영한 사외이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한진칼이 차입금을 늘리면서 KCGI는 ‘3%룰’ 카드를 활용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반면 한진칼은 감사직을 방어하기 쉬운 구조가 됩니다.

양측이 감사 자리를 놓고 강하게 충돌하는 것은 그만큼 감사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상법 412조에 따르면 감사는 언제든 이사진에게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는 동시에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자회사를 조사하는 권한(상법 412조의4)과 이사회를 소집할 수도 있습니다.(상법 412조5)

상법 413조에 따라 회사가 법령과 정관을 위반한 경우 주주총회에서 그 사실을 주주에게 발표할 권한도 있습니다. 회사 살림살이와 경영 활동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은 물론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자리입니다. 한진칼 2대주주인 KCGI로서는 감사 자리가 한진그룹 이사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최적의 지위였을 듯합니다.

KCGI는 최근 한진칼에 불필요한 차입금 조달 작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형사상 배임 소지가 있다는 이유입니다. KCGI는 건설적 대화를 통해 한진칼 기업가치를 높일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진칼의 일격에 따라 양측의 관계는 법리싸움과 여론전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끝) /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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