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한인 남편이 저지른 미국판 '강서구 살인사건'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이수빈 지식사회부 기자) 미국 위스콘신주에 살고 있는 20대 한국계 남성이 미국인 아내를 살해해 현지 사회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결혼 2년만에 벌어진 비극입니다. 이 남성은 사건 발생 전에도 아내를 때려 폭행 혐의로 피해자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습니다. GPS 위치추적장치까지 차고 있었지만 또 찾아가 결국 살해한겁니다.

미국 폭스뉴스와 NBC시카고 등 현지 유력 매체들은 위스콘신 브룩필드에서 한인 남성 김선근(Sunkeun Kim·29)씨가 미국인 아내 매들린 김(Madeline Kim·27)씨를 폭행하고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고 지난달부터 연이어 보도했습니다.

매들린 김씨는 백인 여성으로 결혼 전 이름은 매들린 메이 웨그너입니다. 피의자와 결혼한 뒤 김 씨 성이 붙었습니다. 피해자 지인들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혼인했고, 올해 9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미국으로 건너가 살고 있었습니다.

브룩필드 경찰은 지난달 11일 피해자 매들린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받은 뒤 수사를 벌여왔습니다. 사망한 매들린을 발견한 사람은 그의 룸메이트이였습니다. 매들린은 남편의 가정폭력을 사유로 이혼 신청을 한 뒤 따로 살고 있었습니다. 부검결과 매들린의 사인은 목졸림으로 인한 질식과 두부 손상으로 밝혀졌습니다.

피의자 김씨는 올해 8·9월에도 아내의 뺨을 수차례 때린 뒤 침대에 밀치고, 도망치려 하자 의식을 잃을 때까지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해 법정에 섰습니다. 매들린은 “(남편이) 술을 두 잔만 마시라고 허락했으나 세 잔을 마셨다는 이유로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폭행을 당하던 매들린이 친구에게 “살려줘”라고 가까스로 문자를 보낸뒤 이를 본 친구가 달려오면서 폭행이 끝났습니다. 그는 수사관에게 “남편이 나와 반려견을 모두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고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구속된 김씨는 보석금 1만5000달러를 내고 풀려났습니다. 매들린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도 받았습니다. 경찰은 김씨에게 GPS 위치추적장치를 채우고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매들린은 10월29일 강제이혼 신청을 냈습니다.

11월19일 김씨가 차고있던 GPS 장치에 무단경보가 울렸지만 김씨는 수사관에게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며 둘러댄 뒤 GPS장치 회사로 방문했습니다. 장치는 훼손돼있었습니다. 장치 기록에서는 김씨가 11월16일 피해자와 반경 400m 안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일 경찰에 체포된 뒤 “감옥에 가고싶지 않다”며 “한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위스콘신 경찰이 김씨의 스마트폰을 압수수색해 분석한 결과 ‘신발 구둣주걱 트릭(GPS장치 벗기는 방법)’ ‘목을 칼로 찔렸을 때’ ‘동경맥 출혈’ 등을 검색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결국 김씨는 21일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피해자 매들린의 장례식은 지난달 30일 브룩필드에서 열렸습니다.

이 사건은 올해 10월 한국에서 벌어진 강서구 살인사건과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수차례 가정폭력이 이어지다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점,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는데도 가해자가 이를 어기고 찾아가 살해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공간인 가정에서 이같은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곳은 자신의 집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25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서 UNODC는 전세계에서 1시간마다 여성 6명이 남편, 가족 등 지인의 손에 죽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살해사건 5건 중 1건은 남편이 아내를 죽인 사건이라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죠. 가정폭력은 그 심각성에 비해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든 자기 집에서 만큼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끝) / lsb@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