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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디어 스타트업 다양한 생존전략 모색...국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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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버즈피드(BuzzFeed), 매셔블(Mashable), 믹(Mic) 등 세계적인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한때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바이럴 콘텐츠를 생산하고 타깃형 광고로 급성장하면서 기존 전통매체의 턱밑까지 추격했던 곳들입니다. 허핑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 트래픽을 따라잡기도 했습니다.

매셔블은 지난해 11월 5000만 달러에 미국 디지털 미디어그룹 지프 데이비스(Ziff Davis)에 매각되었습니다. 믹도 구성원 대다수를 해고하며 새 출발을 다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왔던 이들 기업의 위축은 디지털 광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기술 플랫폼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광고 중심 비즈니스 모델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라베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통매체를 비롯 이들 미디어 스타트업이 실험하고 있는 모델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먼저 유료화(paywall)입니다. 독자가 뉴스 콘텐츠를 보려면 유료로 결제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쿼츠(QUARTZ) 등이 대표적입니다. 쿼츠의 경우 월 14.99달러 등 멤버십 프로그램에 유료로 가입하면 프리미엄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둘째, '온라인 쇼핑(e커머스)' 연계입니다. 독자에게 상품 리뷰 콘텐츠를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인터넷 쇼핑 페이지로 이동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입니다. 버즈피드, 뉴욕타임스, NBC 등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셋째, 콘텐츠 라이센스 판매입니다. 뉴스 콘텐츠를 영상제작에 활용하거나 그 판권을 외부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뉴스 기반의 영화나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나섭니다. 복스(Vox), 악시오스(AXIOS), 뉴욕타임스, 버즈피드가 앞서고 있습니다.

넷째, 기술 프로젝트입니다. 자체 개발한 뉴스콘텐츠 작성 소프트웨어(CMS)나 다양한 플랫폼 구축 기술을 외부에 제공하는 겁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가 선두주자입니다. 스트타업 가운데는 복스(VOX)가 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델도 낙관적인 편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다양한 방법들을 적용하면서 성과를 가늠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많은 미디어 기업이 경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매체도 뛰어들어 '차별화'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국내 시장도 비슷합니다.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해 올해도 불확실성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2~3년 사이 미디어 스타트업이 매달렸던 네이티브 애드는 과열 경쟁으로 점점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전문기업인 에스코토스의 강함수 대표는 "신생 미디어들조차 힘들어 할 정도로 네이티브 애드 시장이 망가졌다"며 "효과가 뚜렷이 입증되지 않는 상황에서 광고주도 대기업에서 소규모 기업이나 온라인 쇼핑몰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인프라를 갖추고 접근하는 곳은 아직 해볼만 한 모델이지만 체감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지금까지 15개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몇 가지 전후 사정을 살펴봐야 한다. 일부 해외 미디어 스타트업의 고전은 페이스북에 의존했던 곳들을 중심으로 타격을 입었다"면서 "그러나 해외 시장은 미디어 부문에 투자하는 자본(VC)이 형성돼 있고, 생태계의 역동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비관적으로 볼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죠.

강대표는 그러나 "국내는 대중성이 약한 비예능 분야 미디어에 투자하는 사례가 전무하다. MCN에는 눈길을 주지만 정부의 미디어 관련 기구들마저 인식이 낮아 생태계가 너무 척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자본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전자책서비스 1위 업체인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주식회사는 IT전문 미디어 <아웃스탠딩>을 인수했습니다. 최용식 <아웃스탠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유의미한 콘텐츠 유료화는 일궜지만 성장성 측면에서 도전과제가 많았다"며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최용식 대표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전통매체는 벤처펀딩을 주저한다. 전략적 투자라는 큰 그림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아웃스탠딩의 가치를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수십명의 개발인력을 갖춘 '리디'에 매각한 것은 현실적인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사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규모에서 미디어 스타트업의 IPO가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자본력이 되는 뉴미디어 기업이 인수를 한 건 좋은 신호라는 것이죠. 미디어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전체적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려면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건데요.

미디어 스타트업에 훈풍이 불려면 관련 정부부처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정책 마련, 전통매체의 성의 있는 협력 프로젝트 설계 등 실용적인 모색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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