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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에 밀려…극단적 선택 내몰리는 뉴욕 택시운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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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국제부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운전자 6만명을 모집하고 이달 내로 카풀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에서도 차량 공유 플랫폼 사업이 첫걸음을 떼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마냥 환영만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습니다. 지난달 5일 한국 이민자로 뉴욕에서 택시기사 일을 하던 로이 김 씨(58)가 플러싱 지역에 있는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법인택시 운전 기간 4년을 채운 그는 작년 57만8000달러(약 6억4000만원)에 개인택시 면허를 얻고 지인들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플랫폼이 늘면서 갑자기 수입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는 지인들에게 “매일 16시간씩 일주일에 쉬는 날도 없이 일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동료 운전기사 강경룡 씨는 뉴욕타임스에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며 “(김 씨의 죽음에) 재정적인 이유 말고는 다른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때 100만달러가 넘었던 개인택시 면허 가격은 최근 20만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우버 리프트 등 차량 공유서비스 산업의 급성장으로 택시 등 운수업 시장에서 과잉 경쟁이 벌어지면서 생긴 일입니다.

50~60대 가난한 이민자가 상당수인 뉴욕의 택시기사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개인택시 면허를 사기 위해 받은 대출금 이자와 원금을 갚느라 생활고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실직한 뒤 택시면허를 샀는데 면허 가격이 폭락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기도 합니다.

지난 1년간 김 씨를 포함해 뉴욕 택시기사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난 2월 시청 앞에서 산탄총으로 목숨을 끊은 흑인 운전기사 더글라스 시프터는 페이스북에 “우버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나는 생존을 위해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뉴욕의 택시기사들이 반발하자 뉴욕 시의회는 지난달 14일 뉴욕 택시기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가결했습니다. 그러나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 이미 빚을 진 기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엔 부족하다고 합니다. 기사들은 과도한 면허 갱신 비용을 낮추는 등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유 플랫폼을 금지하지 않아 점진적으로 시장이 바뀐 미국에서도 이 같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어거지로 이런 서비스를 막고 있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운수업 혁신은 혁신대로 늦어지고 있고, 나중에 나타날 부작용은 폭탄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한꺼번에 공유 플랫폼 서비스가 쏟아져 들어왔을 때 국내 운수업 종사자들에겐 더욱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구글과 우버는 심지어 아르바이트 운전자도 필요없는 무인 자동운행 택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도 한국에선 택시 업계의 승차 거부와 승객 ‘골라 태우기’ 등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해외에선 하루가 다르게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부와 이익단체가 미봉책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도 점점 한계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끝) /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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